[건축과도시] "전면엔 도서관, 안쪽에 전시동···자연스러운 추모 가능하도록 설계"

■ 홍규선 여느건축디자인건축사사무소 소장
민주화 역사 기록 복합문화공간 맞게
불필요한 장식은 없애고 무게감 살려

홍규선 여느건축디자인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설계를 담당한 ‘김근태 기념도서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

서울시 도봉구에 자리한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르다. 15~17대 국회의원에서부터 열린우리당 의장과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민주화운동과 정치 개혁에 앞장서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고(故) 김근태 전 의장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서관은 김 전 의장을 기리고 민주화 역사의 기록을 보관·전시·공감할 수 있는 ‘라키비움(larchiveum)’으로 설계됐다. 라키비움이란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합친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건물의 설계를 담당한 홍규선 여느건축디자인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기념관인 만큼 단순히 예쁘게 조형하기보다 기념관의 엄숙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장식 등을 없애고 강하게 조형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김 전 의장의 유족들을 직접 찾아뵙고 관련 자료들도 직접 찾아본 결과 김 전 의장이 생전에 보였던 곧은 정치 행보 등을 건물에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설계에 잘 적용됐다”고 말했다.

라키비움답게 건물에는 김 전 의장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에서부터 그의 생애 업적 등을 다룬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다. 건물의 서측 한쪽에 자리한 3개 층이 열린 높은 공간은 ‘김근태 추모 서가’로, 북측은 ‘김근태 기념 전시공간’으로 조성됐다. 다만 이 공간은 건물의 메인이 아닌 안쪽에 마련됐다. 도서관이 건물의 주 기능인 만큼 일반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의 전면에 도서관을 배치했으며 동시에 마치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길을 따라 건물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시동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홍 소장은 “‘기념관’이 아닌 ‘도서관’이기 때문에 도서관이라는 주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도서관을 방문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추모 공간과 전시 공간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도 “건물 서측 부분에 점층적인 매스를 따라 길이 마련돼 있는데 이 길이 도서관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 생각해 전시동이 이 길과 이어지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장과 관련된 기록들, 전시 등과 같은 아카이브 성격의 것들과 도서관으로서 성격이 서로 잘 어우러지고 있어 라키비움으로서 역할이 잘 활성화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앞서 개관 1주년과 김 전 의장 10주기를 맞아 기념전 및 추모전 ‘삶의 민주주의, 경청’과 ‘가야 할 미래, 김근태’ 등의 전시를 진행했다. 2021년 말부터 ‘민주주의자 김근태 아카이브 상설전시’를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도 다음 달 초까지 ‘2023 김근태 기념도서관 전시공모 선정전’을 진행한다.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특색을 살려 각 공간의 이름도 독특하게 설정됐다. 자료열람실은 ‘생각곳’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서 열람 및 교육 프로그램 활동 공간은 ‘민주주의 놀이터’로 칭했다. 각종 동아리와 서포터스·메이커스페이스 등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강의실은 ‘상상곳’으로, 전시와 공연·연극강연이 가능한 다목적 강당은 ‘공간 마루’로, 김 전 의장의 전시 등이 진행되는 전시실은 ‘기억곳’으로 불린다. 옥외정원에도 ‘산바람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도서를 분류하는 기준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100번대나 200번대 등과 십진법을 기준으로 도서를 분류하는 것과 달리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김 전 의장의 민주적 가치를 담은 어록에서 딴 ‘대화할 수 있는 용기’ ‘희망은 힘이 세다’ ‘민주주의 꿈’ 등으로 도서를 분류한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