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 도시와 자연 접점에 세운 '라키비움'···등산객 발길도 머물다
도봉산·북한산 등산로 시작점에 위치
작은 사각형 여러개 이어붙인 외관부터
중정 중심으로 내외부 순환하는 구조 등
삐뚤삐뚤한 대지 단점, 매력으로 승화
외벽 송판 노출 콘크리트로 깊이 더해
옥상정원 오르면 주변 산 한눈에 조망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1·7호선)에서 출발해 도봉산과 북한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의외의 장소를 등산로의 시작으로 삼고는 한다. 바로 ‘김근태 기념도서관’이다. 등산로의 시작을 알리듯 수려한 자연환경과 빌라 등으로 빽빽한 주거 단지,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가 등이 모인 거리의 접점에서 웅장함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지역 주민은 물론 등산객의 눈길까지 사로잡는다.
도서관은 이 같은 입지에 맞게 도서관 건물 외부 모서리 곳곳에 여러 개의 벤치를 놓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등산을 시작하는 혹은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이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김근태 기념도서관의 설계를 맡은 홍규선 여느건축디자인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김근태 기념도서관이 들어서기 전 이곳에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인근에 북한산 국립공원이라는 거대한 공원이 있다 보니 공원으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그저 지나가는 이들의 작은 쉼터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녔다”며 “다만 기존의 공원을 이용하던 이들에게도 계속해 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등산객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며 “이런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찾은 이들은 물론 도서관에 들어오지는 않더라도 주변에 잠시 머무는 이들도 풍경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도록 내부와 외부 공간 조성에 보다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2018년 서울시의 설계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김근태 기념도서관은 2021년 준공됐다. 지난해 열린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마치 크고 작은 사각형을 여러 개 엇갈리게 이어붙인 듯한 건물의 독특한 외관은 복잡한 대지 형태에서 탄생했다. 대지가 건물이 들어서기 좋은 사각형이 아니라 사각형에서 양쪽 모서리가 쭈그러든 듯한 삐뚤삐뚤한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홍 소장은 이 같은 대지의 단점을 매력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지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기보다는 대지의 경계와 건물의 경계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설계를 구상한 것이다. 홍 소장은 “대지 경계선과 건물, 그사이의 외부 공간은 시민을 환영하는 열린 휴식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공모전에 참여한 대부분의 다른 작품들은 대지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했는데 대지의 형태를 따라가는 건 제가 추구하는 게 아니라서 다른 방향을 모색했다”며 “대지의 형태로 인한 제약을 오히려 대지의 경계와 건물의 공간 사이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기회로 삼았는데 덕분에 더 좋은 설계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웃어보였다.
설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또 있었다. 이 대지는 두 개의 필지로 구성됐는데 각 필지의 용도가 달랐던 탓에 한 개의 건물이 아닌 두 개의 건물이 들어서야만 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자리한 중정은 이런 어려움에서 탄생했다. 각각의 필지에 들어선 두 개의 건물을 브리지형 통로로 연결했고 그사이에 남겨진 외부 공간은 자연스럽게 중정으로 조성했다. 건물 내부에 다시 외부 공간이 들어서고 중정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공간 구조는 내부가 외부를 품고 내부와 외부가 반복되며 더욱 깊이를 갖게 됐다.
건물의 외벽은 송판 노출 콘크리트 방식을 채택했다. 기념도서관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웅장함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소장은 “노출 콘크리트는 외부 마감이 아니라 콘크리트 그 자체이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를 드러낸다”며 “금속 패널 등의 외피를 따로 붙일 수도 있지만 이는 건물에 일종의 껍데기를 씌우는 것인 만큼 본질 자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송판 노출 콘크리트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골조 네트워크와 그사이의 빈 공간도 벽돌과 유리·목재 등 소수의 건축 재료로만 채웠다. 홍 소장은 “도서관인 만큼 햇빛을 받지 않아야 하는 부분에는 벽돌 등을 이용해 햇빛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며 “동시에 채광을 막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이용자들이 주변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리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건물은 북한산과 도봉산의 풍경도 즐길 수 있게 설계됐다. 건물의 옥상정원에 오르면 막힌 건물 없이 북한산은 물론 도봉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옥상정원뿐 아니라 건물의 3층 외부데크와 옥상정원을 연결하는 스탠드형 계단 공간에서도 이 같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주로 도서관 내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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