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저 사람 죽겠다”…물에 빠진 차에서 운전자 구한 시민들

정채빈 기자 2023. 7.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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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수자를 구조한 심용택씨(42·오른쪽)와 홍시호씨(76·왼쪽)./동해해경

“‘욍’ 하는 기계음이 나더니 ‘쿵’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풍덩’ 소리가 들려서 보니 자동차 한 대가 물에 빠져 있었어요.”

12일 동해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6분쯤 낚시하러 강원 강릉시 심곡항을 찾은 심용택(42)씨는 바다에 빠진 차량을 목격하고 즉각 구조에 나섰다. 당시 심씨는 주차장에 차량을 대고 낚시를 하러 가던 길에 굉음을 듣고 사고가 난 것을 발견했다. 심씨는 조선닷컴에 “사고가 난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119에 신고한 후 곧바로 차량 쪽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사고 차량에서 사람 한 명이 앞 유리창을 두드리는 걸 보고 그를 구하러 입수했다. 심씨는 근처에 정박해 있던 배에서 구명부환 하나를 챙겨 입수한 뒤 차량으로 헤엄쳐 갔다. 당시 조금 열려있던 조수석 창문 사이로 들여다봤더니 차량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서 익수자가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침착하게 차량 안을 살펴본 심씨는 뒷좌석에 익수자 1명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차량 앞쪽부터 물이 차서 익수자가 뒤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씨는 뒷문 쪽으로 헤엄쳐 가 차량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두 사람이 익수자를 구조한 직후 막대기를 이용해 배를 움직이는 모습./동해해경

그러나 물에 잠긴 차량의 문은 강한 수압 때문에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때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한 어민 홍시호(67)씨가 함께 돕기 시작했다. 홍씨는 “내가 도착했을 때 차량은 이미 앞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였다”며 “급하게 옆에 있던 배 하나를 내려서 막대기로 노를 저어 차량까지 갔다”고 말했다. 이어 심씨는 손으로 차량 문을 당기고, 홍씨는 갈고리 같은 장치가 달린 막대기로 문을 당겨 겨우 문을 열었다.

이들은 차량 문을 연 후 50대 익수자를 안전하게 구조하고 119구급대에 그를 인계했다. 익수자는 강릉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를 한 심씨와 홍씨도 다친 곳 없이 무사하다.

동해해경은 이들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현장 주변의 시민들 덕분에 차량 익수자가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다”며 “해양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소중한 생명을 구해줘 해양경찰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심씨는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지체 없이 입수했던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물에 들어가 구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홍씨는 “차량이 물에 가라앉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아니면 저 사람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며 “익수자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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