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투자했다 데인 싱가포르 테마섹…"총주주수익률 -5%"

테마섹의 총주주수익률(TSR) 지표. /사진=테마섹 홈페이지

지난해 파산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에 2억7500만달러(3600억원)를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 처리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7년래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가치가 감소한 것은 물론 주주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1일(현지시간) 테마섹이 공개한 2023회계연도(2022년 4월1일~2023년 3월31일) 투자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총 주주 수익률(TSR)이 '-5.07%'를 기록했다.

TSR은 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을 포함해 수익률을 측정한 일정의 투자 성과 지표다. 지난해 TSR이 5.8%, 2021년 24.8%를 기록했던 점과 비교하면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테마섹은 "지난 10년동안 가장 어려운 해였다"고 말했다.

자산가치도 줄었다. 2021년까지 4030억 싱가포르 달러(388조 3348억원)였던 자산가치는 2022년에는 3820억 싱가포르 달러(368조 990억원)로 5.2% 감소한 것.

테마섹의 연간 포트폴리오 자산가치 추이 /사진=테마섹 홈페이지

테마섹은 글로벌 공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시장에 투자하는데 올해 기준 비상장 자산 비중은 53%에 달한다. 이에 대해 CNBC는 "테마섹이 지난 10년간 비상장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과반으로 확장시킨 결과, 최근 1년간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특히 무너진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 투자한 돈(약 3600억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CNBC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활동적인 투자자 중 하나로 꼽혀오던 테마섹은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사모 자본시장 하락세와 첨단기술(IT) 부문 부진 등의 타격을 받았다"며 "글로벌 금리인상의 여파로 테마섹의 자본비용도 평균 7%에 9%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테마섹 수석 투자 전략가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로힛 시파히말라니는 "중국의 내수 산업과 및 전기 자동차 관련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성장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선진국 경제에서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간 경제 갈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만큼 미·중 긴장 관계의 경계에 있는 분야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투자 전략을 밝혔다. 그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지정학적 렌즈'를 착용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FTX 투자 실패에 대해서도 "규제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만큼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시파히말라니 CIO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가상자산 관련 투자나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