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은 잊어라…ADC 신약개발 나서는 삼진제약
삼진 신약 R&D 이끄는 수장…아리바이오·AI 신약개발사들과 MOU
“ADC·TPD 기술 가진 스타트업과 협업 강력 희망…M&A도 고려”
“이제 삼진제약에게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필수입니다. ADC(항체-약물접합체), TPD(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협업을 강력 희망합니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SKY21 컨벤션에서 열린 ‘2023 서울바이오·의료 오픈 콜라보’에서 이수민 삼진제약 연구센터장은 “삼진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해 R&D(연구개발) 역량을 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바이오허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바이오·의료 스타트업과 국내외 대기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열렸다.
이 센터장은 이날 삼진제약이 새롭게 주목하는 분야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현재 가장 주목하는 기술로 ADC와 표적 단백질 분해(TPD) 분야를 꼽았다. 항체와 페이로드(Payroad), 링커(Linker)로 구성된 ADC는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하는 항체에 세포를 사멸시키는 약물을 링커(Linker)로 연결해 만드는 신약으로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TPD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단백질을 분해·제거하는 기술로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삼진제약은 항체 신약개발 기업인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연구를, TPD는 핀테라퓨틱스와 협업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삼진제약은 이미 페이로드 기술이 있으니, 링커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특히 눈여겨 보고 있다”며 “서로 니즈만 맞는다면 라이선스 인(기술도입)이나 M&A(인수합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진제약은 일반의약품과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 집중해 왔다. 가장 유명한 해열진통제 ‘게보린’을 비롯해 항혈전제 ‘플래리스 정’, 고지혈증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천왕보심단제제 ‘안정액’과 같은 일반의약품이 대표적이다.
이런 삼진제약이 변모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1년 12월 마곡 연구센터를 개소하면서다. 혁신 신약개발을 목표로 4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지상 8층, 지하 4층 규모의 첨단 R&D 시설을 갖췄다.
지난해 3월 연구센터의 수장으로 이 센터장을 영입하면서 R&D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이 센터장은 서울대 동물과학과 학사, 분자생물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UC어바인 주립대에서 약리학과 독성학 박사를 받았다. 2004년 SK케미칼에 입사해 2019년 발족한 오픈 이노베이션 팀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이 센터장은 삼진제약의 신약 R&D 전략과 실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 센터장이 합류한 이후 삼진제약은 10곳이 넘는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업하며, R&D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바이오벤처인 아리바이오의 치매치료제 ‘AR1001′을 도입해 공동개발에 나섰다. AR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것은 물론 뇌 인지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다중 기전 경구용 치료제다.
최근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정식 승인받으면서 아리바이오와 삼진제약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지난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글로벌 임상 3상 계획을 신청했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사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 센터장은 “아리바이오의 치매 치료제 도입은 경영진의 의지가 강했다”며 “현재 임상을 같이 진행 중인데, 물질 효능이 워낙 좋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AI 신약개발기업들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8월부터 캐나다 사이클리카, 심플렉스, 인세리브로, 온코빅스, 스탠다임 등 AI 신약개발사와 업무협약(MOU)을 연달아 체결했다. AI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업들과 협력해 후보물질 발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에서다. 삼진제약은 현재 이들 기업과 암·섬유화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센터장은 “빅파마에서 관심 가질 만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세계 최초 신약) 물질을 발굴해 조기에 기술이전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기술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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