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정당현수막 철거 강행…“속 시원” “선거 어떻게” 엇갈린 반응

12일 오전 10시15분 인천 연수구 소금밭 사거리에서 인천시와 연수구가 정당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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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소금밭 사거리에 설치된 신호등 사이로 특정 정당이 내건 펼침막이 위아래로 걸려 있었다. 불법 펼침막을 단속하는 구청 직원이 장대 낫을 이용해 펼침막에 연결된 줄을 한쪽씩 잘랐다. 구청 공무원의 조치는 지난 6월 공포된 옥외광고물 조례에 따른 것이다.

이날 철거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인천시와 연수구의 이번 조치를 반겼다. 김태은(52)씨는 “(그동안 정당 펼침막에) 자극적인 문구들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창근(69)씨는 “상업적인 광고물은 규정을 적용하고 정당 펼침막에는 예외 규정을 만드는 것은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당 관계자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철거된 펼침막을 내걸었던 정당의 지역사무소 직원은 “인천시 조례는 정치인에게 선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펼침막 설치) 높이 조정 등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유연하게 행정을 펼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이 없어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그전까지 지자체가 허가한 곳에서만 걸 수 있었던 정당 펼침막은 게시 기간(15일)만 어기지 않으면 아무 곳에서나 게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당 펼침막이 무분별하게 걸리자 인천시는 지난 6월 정당 펼침막이라도 지정 게시대에 걸고, 펼침막 개수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한다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해 공포했다.

12일 오전 11시께 인천 원인재역 앞에서 인천시와 연수구가 정당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인천시가 정당 펼침막 철거라는 강수를 뒀지만 이런 조처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5일 인천시의 옥외광고물 조례와 관련해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조례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 집행 정지 신청을 한 상태다. 인천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대법원이 판단을 내려주기 전까지는 조례 효력이 있다. 계속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