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차 시대 앞당긴다…트럭·버스 중심으로 개발·인프라 박차
수소차 시장 '역성장'…인프라 미비 문제 상존
차고지 중심 대형수송으로 정책 선회…버스·트럭 라인업 강화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트럭과 버스 등 대형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차가 늘어나려면 충전 인프라 확산이 선행돼야 한다. 현대차는 정부와 함께 충전 인프라를 산업시설과 차고지 기반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12일 자동차업계에서는 친환경 기조 확산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늘어나지만 수소차의 경우 오히려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조사 결과 올해 1~5월 전 세계 각 국의 수소차 판매 대수는 총 6만33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26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5% 줄었지만 점유율 41.5%로 수소차 시장 1위를 유지했다. 중국은 1857대로 164.2%의 성장률을 기록해 2위를, 미국은 1354대를 판매하며 전년 보다 21.2% 증가한 21.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는 수소차 시장 역성장과 관련해 충전 인프라 부족과 충전 비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주유소는 1만1155개소, 전기차 충전소는 435개소가 있지만 수소차 충전소는 35개로 전체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가 화석연료나 전기와 비교해 생성과 운반이 어려워 많이 확산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수소 충전 가격도 지난 2021년 kg당 8000원 초반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 99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현대차 넥쏘 기준으로 완충시 4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약 25% 가격이 인상된 셈이다.
수소차 시장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산업단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부생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대형 상용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가장 효율이 높은 수소 생산 방식은 제철소 등 산업공장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생산하는 것인데, 공단에 필수로 쓰이는 대형 상용차의 기착점에 수소 충전소를 마련하면 운반과 충전소 미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트럭과 버스에 쓰이는 디젤엔진을 대체할 수단도 수소차가 유일하다. 일반 전기차의 경우 디젤 엔진보다 더 큰 힘을 낼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주행거리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수소차는 수소연료를 활용해 전기를 발전해 충전하고, 이를 다시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이기에 일반 전기차 대비 더 먼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트럭과 버스는 휘발유보다 큰 힘을 내야 하는데 단순 전기차는 디젤 엔진만큼 큰 힘을 낼 경우 주행거리가 급속히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면서 "수소연료전지가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트레일러와 버스 등 큰 차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수소 분야 민간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해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대전환을 지지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2045년 탄소중립 달성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소고상버스를 만들었고 수소트럭은 앞으로 계속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북미 최대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 2023'에 참가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의 양산형 모델을 선보였으며,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고속형 대형버스 급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출시했다.
여기에 현대차는 서울시, 환경부, SK E&S,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서울시의 시내버스와 공항버스, 통근버스 등을 수소버스로 전환하기 위한 '수소 모빌리티 선도도시 서울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300여대의 공항버스를 포함해 대중교통 1300여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고 버스 전용 충전소 5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새만금개발공사와 새만금개발청, 현엔지니어링, LG전자, 한국서부발전, 수소에너젠 등 8개 기관·기업과 '그린 수소 밸류 체인 사업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새만금 지역에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를 갖추고, 생산된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수요처에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소차가 기술적 제약을 해결하고 모든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경우 친환경 차량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차량이 되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구축하고 있는 수소 경제 체제 속에서는 차고지 중심의 수소 충전소를 확보한 뒤 대형 상용차와 버스 등을 운용하게 되는데, 수소차 시장에서 현재 비즈니스 모델로는 유일한 해답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대형 상용차 등을 포함해 수소차 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비약적 발전이 충전인프라 구축으로 시작됐듯, 수소같은 케이스도 충전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수소연료 보급 활성화를 대비해 수소차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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