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정찰기 트집잡더니 ICBM 도발 … 尹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7. 12.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성실패 42일만에 ICBM 발사
고체연료 화성-18형 실험한듯
尹, 빌뉴스서 긴급 NSC 주재
"18일 한미 핵협의그룹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 더 강화"

북한이 12일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 5월 31일 이른바 '정찰위성' 명목의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을 쏜 이후 42일 만에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시간 기준으로 새벽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12일)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측 탄도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은 북측 탄도미사일이 이날 오전 11시 13분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한반도 동쪽 약 550㎞ 지점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합참은 정보보안 등을 감안해 북측 탄도미사일의 비행 시간과 정점 고도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북측 미사일이 약 74분간 비행했고 정점 고도는 약 600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일본 측 발표를 고려하면 정상 각도 발사 시 사거리가 1만5000㎞에 이르러 사실상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연합방위태세를 확인했다. 이어 이번 발사가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며 북측에 도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지인 리투아니아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를 영상으로 연결해 NSC를 주재하며 합참의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과 제재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한·미·일 간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와 3국 간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이 민생 파탄을 외면한 채 무모한 핵모험주의에 집착하면 할수록 북한 정권의 앞날은 더욱더 암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이날 북측이 발사한 발사체가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인 '화성-18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가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4월 13일 화성-18형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실제 전력화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통해 천리마-1형 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를 다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측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워 미국 전략정찰기의 동해 상공 비행을 트집 잡아 명분을 쌓고, 곧바로 ICBM을 발사하는 전술적 행보를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발사에 앞서 김 부부장이 내놓은 두 차례 담화에는 (천리마-1형 발사 실패 등에 따른) 노기가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군이 북측 발사체와 위성체를 인양해 '일고의 기술적 가치도 없다'고 평가한 것도 김 부부장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라며 "미 정찰기 등 ICBM 발사의 명분을 찾아 화풀이성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굳이 ICBM을 대응 카드로 꺼내든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ICBM 발사는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를 앞둔 경고이자 압박 대상이 미국 본토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북측이 한반도의 군사적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과시하며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풀이했다.

[김성훈 기자 / 빌뉴스 박인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