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엔화값…일주일새 5엔 급반등
한달만에 130엔대로 상승
日소비자물가 목표치 웃돌아
美인플레 둔화 기대도 영향
달러인덱스 2개월만에 최저
일본 엔화값이 최근 일주일 새 5엔 이상 급등하며 달러당 130엔대까지 치솟았다. 140엔대가 깨진 것은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만이다. 닛케이 평균 주가도 3만2000대 아래로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한 이래 계속돼왔던 시장의 엔 매도·일본 주식 매입세(우에다 트레이드)가 역전되기 시작하며 가파른 엔고와 일본 증시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2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상승을 거듭하며 한때 139.57엔대에서 거래됐다. 엔화값은 지난 6일까지만 해도 달러당 144엔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닛케이는 엔화값 급등 요인으로 시장에서 이르면 이달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한 점을 꼽고 있다.
일본은행은 우에다 총재 취임 이후에도 10년물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조절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정책 수정에 대한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미나미 히데아키 미즈호은행 조사역은 "최근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 발언과 관련해 이달 말 일본은행이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지난 7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YCC에 대해 "당분간 기존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YCC 정책이 시장 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급속하고 일방적인 엔저는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동향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해 재검토 여지를 남겼다. 닛케이는 우치다 부총재가 YCC의 부작용과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에 따른 실질금리 저하를 언급한 점을 들며 이것이 시장에서 금융완화 수정으로 이어지는 재료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도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지난 5월 일본의 1인당 현금급여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지난해 4월 이후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이나루 가즈토시 미쓰이스미토모 수석전략가는 "일본은행이 정책을 수정할 만한 재료가 갖춰지고 있어 YCC 철폐까지 전망하는 시장 참가자가 많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국채시장에서는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47%를 나타내며 지난 4월 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도 엔화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이날 최근 2개월 새 최저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한때 전장 대비 0.38% 떨어진 101.342를 기록해 지난 5월 11일 이후 가장 낮았다. 최근 일주일만 놓고 봐도 달러인덱스는 이달 6일 고점(103.572) 대비 2% 넘게 하락한 상태다.
물가 상승 추세가 둔화되며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긴축 기조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전략가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미국 CPI가 더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달러 약세에 대한 베팅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말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다시 긴축 페달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연내 마지막 인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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