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평군수 “예타 양서면 종점은 가안” 발언 논란
예타, 요식행위라고 인정한 셈
‘예타 무용론’에 불지필 듯
현직 경기 양평군수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은 양평군 양서면 종점 노선은 가안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예타 노선을 “경제성 분석을 위해 B/C 비율을 높이려고 만든 가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진선 양평군수는 지난 7일 양평군청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재개를 위한 민간단체 설명회’에서 “(주민)여러분들께서는 그간 ‘서울~양평고속도로’가 노선변경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노선변경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예타 때 만들어진 것은 가안이고, (실제 종점이) 어디에 만들어질 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타에서 B/C(비용 편익)가 많이 나오면 예타를 통과시켜 준다”며 “그래서 B/C를 높이기 위한 그런 사업들을 하고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뤄진 가안인데도 그것을 확정안이라 생각하고 ‘노선변경’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다르다”라고 했다.
KDC예타보고서에서 정한 사업구간을 놓고 현직 군수가 주민들에게 노골적으로 ‘가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사실상 예타는 본 사업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 당초 양서면으로 정한 종점도 양평군의 의견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한 셈이다. 예타보고서에는 사업구간을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오륜사거리)~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수도권 제2순환선고속도로)으로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특혜논란을 떠나 ‘예타 무용론’에 불을 지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대중 행정학 박사 이번 예타 논란에 대해 ‘예타 해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박사는 이날 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예타통과는 꽤 어려운 반면, 일단 예타가 통과되어 예산이 반영된 이후에는 ‘사업의 구체화’를 이유로 예타에서 검토된 사업계획을 변동시킬 수 있는 재량적 범위가 꽤 존재한다”면서 “예타를 어떻게든 통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가정을 한다면 가칭 ‘예타통과용 노선’은 이래야할 것(양서면 종점)”이라고 밝혔다.
즉 이용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양평지역의 교통정체를 강조하기 보다는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의 교통정체를 강조하는 편이 낫기 때문에 예타안을 ‘양서면 종점’으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퇴직 간부는 “기존 예타대로 해도 도중에 사업비가 늘어날 수 있는데 통상 사업비가 50억원만 초과해도 기획재정부에서 다 잘라버리곤 했다”면서 “이 정도로 계획이 바뀌고 금액이 늘어난다면 이는 다시 예타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보고서 감사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예타 단계에서 지자체 별로 (의견을) 내게 돼 있는데 양평군은 당시 (강하 IC 설치 요구를) 강력하게 안 냈던 것 같다”면서 “원래라면 예타 단계에서 양평군이 대안을 줬어야 했고, 국토부에서도 그 당시에 많은 대안을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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