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어닝쇼크’···황제주 대접 적절한가, 과열인가

김상범 기자 2023. 7. 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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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영일만 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코프로의 ‘에코 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에코프로 제공

2차전지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업고 한때 1주당 100만원을 넘나들었던 에코프로가 부진한 올 2분기 실적으로 12일 5%가 넘는 주가 하락을 겪었다. 주력 제품인 배터리용 양극재의 판매가격 하락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실적 쇼크가 일시적이라는 반론이 뒤따르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탄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비싼 주가가 이 같은 시나리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과열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12일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이 2조1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4%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664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1776억원, 영업이익 2250억원이다.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26.04% 낮으며 매출도 7.55% 밑돌았다.

양극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매출은 1조9062억원, 영업이익 114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60.6%·11.5% 늘었지만, 증권사 전망치(매출 2조1504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보다는 낮다.

양극재 판매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배터리셀 제조사에 납품하는 양극재의 가격은 원자재 가격과 연동된다. 광물 가격이 떨어지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그에 맞춰 하락하는 구조다.

양극재 주재료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581위안에서 지난 4월 152원까지 약 74% 빠졌다. 그 영향으로 2분기 양극재 가격은 지난해 대비 5%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양극재 가격은 ㎏당 46~54달러 선이다.

판매가 하락은 에코프로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모든 양극재 업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한 소재 업체 관계자는 “신규 계약 수주 등에 따라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원료 가격 하락분을 상쇄하고는 있지만, 그 증가폭이 예전만큼 높지 않고 이익도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적 쇼크에 이날 그룹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주사 에코프로는 전날 대비 5.74% 떨어진 92만원으로, 에코프로비엠은 5.42% 하락한 27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2분기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북미 등지에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양극재 수요 증가는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비싼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과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테슬라의 2분기 인도량이 지난해보다 83% 늘어난 46만6000대로 집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3일 에코프로의 주가는 하루만에 20% 넘게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테슬라에 양극재를 직접 공급하고 있지 않다. 주 고객사는 삼성SDI와 SK온 등 국내 업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주가와 회사의 펀더멘탈은 상관관계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에코프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축은 ‘양극재 수직계열화’다.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비상장 자회사로 리튬 화합물을 만드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전구체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을 두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향후 상장으로 리튬 원재료→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에코프로 붐’의 주된 시나리오다.

이 역시 현재의 높은 주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앞서 테슬라의 인도량 증가 소식에 지난 3일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24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당시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성장성에 아무리 가치평가를 따지지 않는 시장 분위기이고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구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에코프로의 비상장 자회사 2곳의 가치를 12조원(24조원의 절반) 가깝게 평가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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