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와 엄마, 뱃속서 영양 줄다리기한다

문세영 기자 2023. 7.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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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과 뱃속 태아가 영양분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태아는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이용해 엄마를 원격 제어한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태아가 아빠의 식탐 유전자 복제본을 이용해 엄마가 가능한 많은 영양분을 자신에게 전달하도록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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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생리·발달·신경학과 연구팀
태아는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각인 유전자를 이용해 엄마의 영양분을 얻으려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magicmine/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임신한 여성과 뱃속 태아가 영양분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지 로페즈-텔로 케임브리지대 생리·발달·신경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임신부와 태아의 이같은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세포대사’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태아는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이용해 엄마를 원격 제어한다. 연구팀은 이를 ‘식탐(greedy) 유전자’라고 칭했다. 

연구팀은 쥐실험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Igf2라는 각인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조정했다. 이 유전자는 인슐린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호르몬인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2’가 분비되도록 만든다. 이 호르몬은 태아 성장 및 조직 발달을 돕는다. Igf2가 발현되지 않도록 하자 영양소가 태아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반대로 Igf2가 작동하면 엄마 쥐가 포도당을 흡수하지 않고 뱃속 새끼쥐에게 더 많이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태아가 아빠의 식탐 유전자 복제본을 이용해 엄마가 가능한 많은 영양분을 자신에게 전달하도록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엄마의 신진대사를 원격 조정하기 때문에 엄마와 태아는 서로 영양분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산모는 아기가 잘 자라기를 바라지만, 자신 또한 건강 및 생식 능력 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포도당, 지방 등이 신체 곳곳으로 잘 전달되도록 조정하려 한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태아와 엄마 자궁을 연결하는 태반에서 이뤄진다. 태반은 태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태아는 엄마와 아빠 모두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는데, 태아의 원격 제어 시스템은 부계 유전자나 모계 유전자 중 하나만 발현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 이를 각인 유전자 발현이라고 한다. 아빠로부터 받은 각인 유전자인 식탐 유전자를 발현하면 태아의 성장이 촉진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반대로 엄마의 유전자에는 태아의 성장을 제한하는 기능이 있다. 이는 엄마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아기가 지나치게 커져 출산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태반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둘 모두를 위한 최선의 건강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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