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일본 화이트리스트 복원의 의미
경제안보라는 통상원칙 공유
한국도 첨단산업 공급망서
주역으로 역할 하게 될 듯
지난 6월 27일 일본 각의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로 복원하기로 의결하였다. 이로써, 최근 윤석열 정부의 한일 정치 및 경제 관계 복구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한일 간 냉랭했던 관계가 정상화되었다는 의미와 더불어, 최근 첨단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발걸음에 한국도 함께 같은 방향으로 보조를 맞추게 되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6월 23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종(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해제한 바 있고, 우리 정부도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인 한국이 주요 소재를 일본에 약 90% 의존하고 있었기에,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는 한국의 주력 산업에 정밀 타격을 주었던 큰 사건이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갑작스러운 일본의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다행히도 대기업 중심으로 소재 국산화 및 수입대체전략으로 그 위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사건을 통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 구조의 안정성과 회복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한일 간의 양국 제조업 공급망 구조는 매우 오랫동안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협력 관계였다. 필자가 한일 공급망 구조와 한일 양국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대해 공동 연구한 실증논문이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산업연구소(REITI)에 게재되었다. 이 연구는, 일본이 소재 부품 장비를 한국에 수출하는 산업 내에서, 한국의 다운스트림 제조기업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업스트림 제조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수출규제를 실시했던 2019년은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 2년 차에 해당되는 해였다. 당시 글로벌 통상환경은 급격하게 보호무역주의 상황으로 진입하게 되었고,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로 인해 연쇄적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에 타격이 발생했던 시기였다. 거의 동시에 한국과 일본 간의 정치 및 역사적 갈등 상황이 불거졌고, 일본은 한국에 경제적인 타격을 주는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련의 사건에서 좀 더 자세히 봐야 할 것은, 수출규제 조치나 관세 부과 등 단순한 보호무역주의 양상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안보와 탈리스크"라는 두 가지 중요한 국가 정책의 전략적 기조가 들어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2018~2019년 중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의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기술 탈취로 인해 국가와 경제안보에 해가 되고, 기업들의 안정적인 대중국 투자에 리스크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도, 2019년 당시 한국의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일본의 주요 첨단 소재와 기술이 한국을 통해 중국과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결국, 경제안보 유지와 비시장국가 리스크 저감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글로벌 통상 관점이 미국과 일본, 더 나아가 유럽 선진국가들의 경제와 통상정책 입안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현재는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로 이루어진 소위 3대 첨단산업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의 정책적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과 대만이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걸림돌이 되었던 한일 통상관계가 정상화되었기에, 한국은 관련 첨단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현재 재편되고 있는 첨단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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