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해운업계…선원 稅부담 확 줄인다
국적선원 수 22년 새 반토막
그마저도 절반가량은 고령층
근무여건 열악해 해외로 이탈
휴가 확대 등 처우 개선 추진
외국인 숙련공 쿼터도 확대
국적 선원(한국 국적을 가진 선원)이 빠르게 줄면서 해운업계 인력난이 심해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고용 환경 개선에 착수했다.
15년 만에 노사정 합의를 추진해 국적 선원의 유급휴가 일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적 선원의 소득과 복지를 늘려 과거에 누렸던 고소득 전문직 위상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해양수산부는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적 선원들 처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선원 수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적 선원은 2000년 5만8818명에서 2010년 3만8758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엔 3만1867명까지 줄었다. 22년 사이 50%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특히 국적 선원은 60세 이상 연령대 비중이 44%에 달할 만큼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선원들 이직도 잦다. 해양계열 대학이나 해사고등학교 등을 통해 취업한 해기사(해양 전문 선원)의 78%는 5년 내에 육상직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세제 혜택이 많아 고소득을 거둘 수 있는 외국 선사로의 이직도 늘고 있다. 최근 국내 해기사들은 해외에 비해 열악한 처우로 인해 외국 선사로 떠나갔다. 경쟁이 치열한 참치 조업은 선장 등 전문인력이 대만·필리핀·중국 등 3국으로 대거 유출되고 승선 기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신규 인력 유입까지 줄고 있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기사협회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2년엔 외항상선 1500여 척 중 600여 척의 운항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적 선원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식권과 경제적 혜택 등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승선 기간을 줄이고 유급휴가 일수를 국제 평균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6개월을 승선하면 2개월의 휴가가 주어진다. 유럽은 3개월 승선 시 3개월 휴가를, 일본은 4개월 승선 시 2개월의 휴가를 각각 지급한다.
선원 이탈의 가장 큰 이유였던 세금 부담도 줄여준다. 외항상선과 원양어선 선원의 국외 근로소득 비과세 한도는 지난 10년간 월 300만원 수준에 그쳤는데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10년 이상 경력의 국내 해기사는 급여의 40~45%가 세금으로 나가 외국 선사에 비해 실질소득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수부는 비과세 금액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청년 선원의 장기 승선 기피 원인으로 꼽히는 열악한 선내 인터넷 이용 환경도 육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한다. 또 근로기준법 등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체납임금 수급권 등 인권 보호장치를 선원법에도 규정한다. '선원의 근로기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선사들은 국적 선원 고용·복지 확대 등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선원발전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 선원들이 자신만의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상·육상 근무 전환을 유연화하고 외국인 선원을 공급하기 위해 장학생 도입을 지원하고 숙련 인력도 늘린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빈 일자리' 해소 방안에도 외국인 숙련 인력 확대 계획이 포함됐다. 정부는 애초 제조업·조선업·물류운송업 등 6개 업종에 대해서만 지원 대책을 추진했다가 해운업과 건설업, 수산업, 자원순환업 등 4개 분야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외국 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하반기에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쿼터를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대폭 늘리고, 단순외국인력(E-9) 비자도 내년도 쿼터 확대와 허용 업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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