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 유통…이젠 AI로 잡아낸다
불법 유출자 식별해 차단
유포 25일가량 늦추는 효과
연간 피해규모 8400억원
카카오엔터, 전담팀 운영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법 콘텐츠 업체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운영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단속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기업들이 불법 콘텐츠 차단에 인공지능(AI)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웹툰 수익보호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자체 개발한 저작권 보호 기술 '툰레이더'에 AI 기술을 접목시키고 유료 수익 보호에 나서고 있다. 툰레이더는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기술이다.
가령 불법 공유 이미지에서 표식을 추출하는 데 비전AI를 활용하고,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불법 유출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예측해 불법 복제와 공유 행위가 의심되는 계정을 사전에 감지하는 식이다.
툰레이더 개발은 'AI프로텍션' 팀에서 전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팀은 60여 명 규모의 네이버웹툰 AI조직 산하에 있다.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지식재산권(IP) 보호를 강화해 불법 유통이나 IP 도용에 대한 우려를 낮춰 건전한 K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웅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툰레이더는 웹툰 불법 유통 시점을 타 플랫폼 대비 약 25일 지연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웹툰 업계에서 보통 '미리보기'로 제공하는 최신 유료 회차는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불법으로 공유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이다. 실제로 툰레이더 도입 초기에는 1~2일도 되지 않아 불법 공유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그 주기가 평균 3~4주로 길어져 훨씬 많은 유료 회차의 불법 유통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를 적용하기 시작한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 1차 불법 사이트의 테이크다운 비율이 97%에 달한다고 밝혔다. 테이크다운(업로드 중지)이란 웹툰을 직접 유포하지 못하는 2차 불법 사이트로 변경되었거나 웹툰을 업로드하지 못하는 상황·서버가 내려간 상태를 의미한다. 32개에 달하던 국내 1차 불법사이트는 31개 사이트가 활동을 멈췄다. 해외 사이트의 경우 68개 1차 불법 사이트 중 42개 사이트가 업로드 중지 상태다.
네이버가 사전대응에 집중한다면 카카오는 사후대응에 힘을 실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발간한 '3차 불법유통 대응 백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차단한 글로벌 주요 검색 사이트와 SNS 내 불법 웹툰, 웹소설이 약 1420만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 측은 올해 불법물 삭제 건수가 총 2800만여 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카카오엔터는 IP를 무단 활용한 불법 캐릭터 굿즈나 인쇄물과 같은 2차 저작물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다. 가령 아마존에서 불법 판매되던 웹소설 출판물을 삭제했고 티셔츠 프린팅 업체에서 판매 중인 IP 불법 활용 티셔츠 판매를 금지했다.
웹툰 시장이 커질수록 불법 콘텐츠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8427억원(2021년 기준)으로 전년(5488억원)보다 약 53.6% 늘었다. 웹툰 합법시장 규모(1조5660억원) 대비 침해율이 5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IT업계에서는 10%의 메이저 불법 복제 사이트들이 전체 불법 웹툰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통합·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불법 사이트들은 불법 복제 모니터링 회피 기술까지 개발하며 트래픽을 늘려가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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