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장타자 방신실 깨운 '10g의 마법'
들쭉날쭉 아이언 거리 해결
첫 출전대회서 톱5로 반전
"진작에 바꿔야 했다" 만족
높은 탄도 위해 女 평균보다
2도 높은 아이언 로프트 사용
'10g의 마법'이다. 지난 몇 달간 아이언샷 거리가 들쭉날쭉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방신실이 10g 무거운 샤프트로 교체한 뒤 해맑은 웃음을 되찾았다. 성적은 곧바로 좋아졌다. DB그룹 한국여자오픈과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컷 탈락했던 그는 새로운 샤프트를 장착하고 처음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단독 4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겨울까지만 해도 방신실은 한국 여자 프로골프계에서 소문난 장타자는 아니었다. 거리가 조금 더 나가는 선수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KLPGA 2부 투어인 드림투어 선수들 사이에서 방신실의 공이 떨어지지 않고 뻗어나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몇몇 선수는 "방신실이 미친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방신실이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 클럽 담당자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98마일 전후로 나왔던 드라이버 클럽헤드 스피드가 110마일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265.46야드를 기록 중인 방신실은 올 시즌 KLPGA투어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라이버의 경우 공이 멀리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언은 다르다. 핀을 노리고 치는 게 아이언인 만큼 클럽별 거리가 일정해야 한다. 방신실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보다 1클럽 또는 2클럽 더 나가 타수를 어이없게 잃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방신실은 고민 끝에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컷 탈락한 뒤 클럽 담당자를 찾아갔다.
오랜 논의 끝에 방신실과 클럽 담당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NS프로 950 R 샤프트를 교체하기로 했다. 새롭게 장착한 건 NS프로 모두스 105 R 샤프트다. 10g 무거운 샤프트로 바꾸자 방신실의 고민이 해결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거리로 보낼 수 있게 된 방신실은 "진작에 바꿔야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창균 타이틀리스트 리더십팀 KLPGA투어 담당 피터는 "방신실의 스윙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며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한 끝에 샤프트를 바꿨다. R 강도를 유지한 채 10g 무거운 샤프트로 교체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면서 "클럽별로 많게는 20야드 넘게 났던 거리 차이는 이제 5야드 미만으로 줄었다. 이전처럼 맞춰 치는 스윙이 아닌 100%로 칠 수 있게 된 만큼 아이언샷 정확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10g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스윙할 때 느끼는 차이는 엄청나다. 임팩트 순간 0.1도가 닫히거나 열리면 목표 지점을 10야드 이상 벗어나는 것과 같다. 방신실은 10g 무거운 샤프트를 장착하고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출전 선수 전체 중 1위인 그린 적중률 88.89%를 기록했다. 아이언샷으로 핀을 노리는 파3 그린 적중률은 100%였다. 방신실은 "시즌 중 클럽에 변화를 자주 주는 편이 아닌데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는 생각에 샤프트를 바꿨다"며 "아이언샷을 하기 전 '너무 멀리 가면 어떻게 하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 정말 좋다. 아이언샷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만큼 남은 시즌 다시 한번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신실의 아이언에는 또 하나 숨겨진 비밀이 있다. KLPGA투어 선수들이 사용하는 평균보다 높은 아이언 로프트다. 방신실이 사용하는 7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34도로 KLPGA투어 선수들 평균(32도)보다 2도가 높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평균 로프트와 같다. 김 피터는 "KLPGA투어에서 아이언 로프트를 눕혀 사용하는 선수는 방신실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클럽별 아이언샷 평균 거리가 다른 선수들보다 10~20야드 더 나간다"며 "방신실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높은 탄도로 핀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어 경험이 쌓이고 자신에게 맞는 클럽까지 찾아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를 끌어올린 방신실은 KLPGA투어 2023시즌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에서 시즌 2승 사냥에 나선다. 13일부터 나흘간 제주시 더시에나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방신실은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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