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단독]여기 폭행 장면이 있나요?···경찰 ‘공권력 남용’ 논란 영상 보니

경찰 폭행 혐의 기소된 금속노조 간부
0.7mm 스티로폼 피켓으로 1회 막았을뿐
증거 영상서 구체적 폭행 정황 안 보여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 체포 당시 모습.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던 금속노조 간부가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해당 노조원을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경찰이 증거라며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구체적인 폭행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노조원의 머리를 누르고 수갑을 채우는 등 ‘공권력 남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12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검찰 공소장·증거기록 등을 종합하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에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의 경찰관 폭행 여부는 명확하지 않았다. 김 지회장이 피켓을 들어 올려 경찰을 막으려는 모습은 보이지만 의도적으로 상대방 머리를 향해 휘둘러 다치게 하는 장면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김 지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카메라를 가리기 위해 피켓으로 막았을 뿐, 바로 다른 경찰관에게 피켓을 빼앗겼는데 어떻게 2~3번 때릴 수 있나”라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서경찰서도 ‘폭행 사실’의 모호성을 인지하고 조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지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대치지구대 소속 A경위에게 “CC(폐쇄회로)TV 영상만으로는 피의자(김 지회장)가 진술인을 폭행하기 위해 피켓을 휘두른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데 진술인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A경위가 “당시 저를 향해 피켓을 휘두른 것이 틀림없다”고 답하자 경찰은 “피의자가 휘두른 피켓은 스티로폼 재질이었는데 진술인에게 위협적이었다는 것인가요”라고 되물었다. A경위는 “당시에는 피켓의 재질을 알 수 없었고 일반적으로 나무로 된 피켓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경찰은 A경위의 진술 등을 토대로 김 지회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소음이 크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채증 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한다는 이유로 들고 있던 피켓을 경찰관 얼굴을 향해 1회 휘둘러 폭행했다”고 적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A경위는 조사 과정에서 “(김 지회장이) 피켓으로 안면부에 2~3회 휘둘러 머리와 팔 부위에 맞았다”고 주장했는데 ‘2~3회’가 ‘1회’로 바뀌었을 뿐 대부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금속노조 제공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켓의 재질이 스티로폼으로 경찰관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기 어려웠다고 보인다”면서도 “현장에 함께 있던 B경장이 이를 제지해 폭행이 멈춘 것으로 보이는 점, 공무 집행 중인 경찰관에게 비록 경미하긴 하나 물리력을 행사해 폭행한 점으로 볼 때 피의자의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적었다.

김 지회장 체포 당시 경찰은 그의 머리를 누르고 수갑을 채워 연행하면서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결정문에서 “CCTV 영상을 보면 김 지회장이 경찰관을 향해 선전 피켓으로 1회 막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스티로폼 선전 피켓의 두께는 0.7~0.8cm로 흔들면 휘어져 바람에 날리고 엄지와 검지로 들 정도로 가벼운 재질로 경찰관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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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위 “머리 누르고 수갑 채워 비정규직 노동자 연행…공권력 남용”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707153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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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