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리호 성공 뛰어넘어야 할 차세대 발사체
최근 누리호 3차 발사의 비행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비행 구간에서 획득한 2600여 항목의 텔레메트리 자료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최종 비행 성적을 매긴 것이다. 비행 자세, 엔진, 전자장치, 제어 등 모든 시스템은 물론이고 발사대, 추적 레이더와 같은 지상 장비가 모두 완벽히 작동했다는 것이 데이터로 명확히 확인됐다. 특히 각 단과 위성체의 분리 고도는 설계치와 거의 정확히 일치했고, 궤도 투입 정밀도 역시 오차 조건이 무색하다 싶을 만큼의 정밀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확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앞선 1, 2차 시험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보다 정확한 비행궤적 설계가 가능해지는데, 앞선 2차례의 시험비행에서 얻은 누리호의 실제 비행 성능 자료가 3차 발사 비행 설계에 반영됐다. 다만 큐브위성 1기가 누리호에서 분리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위성 사출관 개방 명령 신호가 정상 송출됐지만 결과적으로 사출되지 않았다. 누리호 3단을 회수할 방법이 없으므로 지금 당장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미작동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실패 원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완할 것이며 이 역시 데이터와 경험의 축적 과정이다.
이렇게 201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장장 13년에 걸쳐 진행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의 대장정은 값진 성과를 남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누리호는 2년 뒤인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회씩 총 3회 추가 발사하게 된다. 이 반복의 과정을 통해서 더욱 신뢰성 있는 발사체가 완성될 것이다. 이 과정엔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해 항우연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으며 누리호의 제작을 총괄 담당하고 발사 참여도 확대한다. 국내 발사체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동시에 누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도 본격화한다.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보다 성능을 대폭 강화한 발사체로 2032년까지 약 2조132억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다. 차세대 발사체가 개발되면 우리나라의 우주 수송 역량이 획기적으로 높아져 달 착륙선 발사도 가능하게 된다.
가장 난도가 높은 것은 역시 엔진 개발이다. 100t급과 10t급 액체 엔진을 개발 난도가 높은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으로 개발한다. 누리호에 탑재한 개방형 사이클 엔진과 비교해 추력이 높고 효율도 좋아 발사체 선진국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향후 재사용 발사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엔진 재점화와 추력 조절 기술도 적용한다. 특히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이 매우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재사용 발사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과정 전반에 창의성과 도전성을 높여야 한다.
누리호 개발 경험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은 또 한 번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세계 7번째 우주 발사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지만 6위와의 격차가 아주 크고, 자칫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도 크다. 따라서 개발 목표 달성에만 안주하지 않고 누리호의 기술적 성과를 계승하고 더욱 혁신적인 시도를 통하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선진 우주발사체 기술을 추격하고, 우리의 경쟁력을 높여 세계 우주 발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야 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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