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칼럼] '포스트 이재명' 언제쯤 …
꼼수입법·정치선동 일삼아
'사생결단'폭주에 민심 싸늘
새 구심점 찾아 전면쇄신을
'르상티망(ressentiment)'은 약자가 강자에 대해 품는 질투,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다. 니체에 따르면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을 잘못한 것이 없는 선한 존재로, 타인은 잘못이 많은 악한 존재로 생각한다. 이들은 원한이나 복수심을 노력과 도전으로 해소하기보다, 가치판단을 아예 뒤집어 해소하려 든다. 이성과 합리에 눈감은 '정신 승리'인 셈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행태를 보면 이런 '르상티망'에 빠진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이 지난 아직까지 독선과 아집에 빠져 뼈저린 반성과 쇄신 대신 민심과 동떨어진 반정부 투쟁과 선동을 일삼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제1호 쇄신안으로 제안해도, "의원 개개인의 문제"라며 어물쩍 뭉개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게이트 등에 연루된 인사들의 구명을 위해 끝까지 '방탄 특권'을 놓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표현대로, 일반인은 수십만 원만 훔쳐도 구속되는데 이들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월급을 또박또박 받고 유유자적 지내고 있으니 국민들로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앞세워 '꼼수 입법'에 나서는 것도 민생보다 지지층 표심을 노린 술수다. 민주당은 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의무매입법, 방송장악법, 불법파업조장법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참사를 정쟁화하는 이태원특별법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저지 결의문까지 밀어붙였다. '더불어'와 '민주'라는 당명을 내건 거대 정당이 이처럼 독단적이고 반민주적 폭거를 서슴지 않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이 "다수파 폭정은 사회가 늘 경계해야 하는 악"이라고 했건만, 민주당은 정파 이익이 더 우선인 듯하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국장급에 불과한 주한 중국대사의 훈시를 15분간 경청하고 받아 적는 '굴종외교'를 벌인 것도 낯 뜨거운 처사다. 11개국 전문가들이 검증작업을 벌여 작성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염수 종합보고서'를 놓고 IAEA 사무총장 면전에서 과학 대신 괴담을 앞세워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윽박지르며 무례를 범한 것 역시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 자존심을 해치는 반지성적 횡포다. "무지가 모든 악의 근원이자 뿌리"라고 했던 플라톤이 봤다면 통탄할 일이다. '개딸' 등 강성팬덤이 수만 건 문자폭탄을 보내 반대파를 협박한 행태 또한 정당 민주주의 파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혁신위가 "민주당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했겠나.
과거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일조했던 민주당이 야당 본연의 정통성을 잃고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것은 '반도덕·반민주·반지성'에 매몰된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강'을 못 건너면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야권 내 신당 창당 움직임 등을 고리로 민주당이 새 구심점을 찾아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와 회동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심상찮은 기류를 차단하려는 속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 위기를 일시 모면하기 위한 계략과 꼼수는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근본적 해법 없이 시대 흐름과 민심 요구에 맞섰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득권 포기'와 재창당 수준의 쇄신과 변화를 거부하고 섬뜩한 투쟁과 빗나간 선동에만 매달리는 한, '포스트 이재명' 압박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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