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脫중국 머니 끌어들이려면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7.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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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면서 지난 2분기 중국 증시에서 이례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탈중국 머니'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증시로도 흘러 들어갔지만 일본·인도·대만 등 신흥국 증시를 향한 유속이 더 빨랐다.

한국 증시도 수혜를 봤다. 그러나 다른 아시아 이웃에 비하면 결과가 다소 아쉽다. 블룸버그·윈드(WIND)·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일본에 몰린 외국인 자금은 660억달러, 대만은 32억달러에 달했다. 인도 증시에도 136억달러가 몰렸다. 한국은 24억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매수도 삼성전자 한 종목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의아한 결과다. 2021년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제조업경쟁력지수(CIP)를 기반으로 국가별 순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4위, 일본은 8위를 차지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4위로 한국(5위)을 앞질러온 일본은 2020년 6위로 밀려나면서 당해 4위를 차지한 한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한국 산업이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일본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해답은 증시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 이익은 늘고 있지만 이를 주주와 나눌 준비는 아직 덜 돼 있다는 평가다. KB증권과 팩트셋은 한국의 지난 10년간 평균 주주 환원율이 29%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 평균(68%), 신흥국(37%), 중국(32%)에 비해서도 낮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중 패권 다툼은 양상을 바꿔가며 이어질 것이다. 중국의 내수 경기와 실업률 등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증시가 기업 경쟁력에 걸맞은 주주 환원과 거버넌스 개선을 보여준다면 향후 '탈중국'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강인선 증권부 rkddls4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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