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파업'에 10만명 동원···노동 이슈 대신 '정권퇴진' '오염수 반대'
집회장서 노골적 정권 비판 연신 구호
‘불법 파업 정부 경고’ 현대차도 합류
경영계 “경제 회복 노력에 무책임”
최저임금·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변수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대회장. 금속노조가 공개한 투쟁선언문에 담긴 구호다. 약 4000여명의 대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정당한 요구 당당한 투쟁’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노조원들은 무대에 올라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금지를 남발하는 경찰이, 노동자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이 진정한 살인카르텔 아니겠습니까”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총파업이 열흘째인 이날 금속노조의 가세로 ‘정치파업’ 색깔이 더 짙어졌다. 여기에 불법파업 성격까지 띠게 됐다.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 노조가 불법파업이라는 정부 경고에도 불구 총파업 파업 대열에 합류해서다. 총파업이 끝나더라도 정당한 파업이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는 조합원 약 10만명이 참여했다. 파업 참여 사업장 조합원은 최소 하루 4시간 이상 업무를 멈췄다. 일부 조합원은 서울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 동참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 목적은 사업장별 임금단체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일명 노란봉투법 입법, 근로자 임금 인상, 근로시간제 개편 중단, 노조 탄압 중단 등 정책 요구와 정권에 대한 비판 성격을 지닌다.
경찰은 이날 금속노조의 서울 시내 행진을 금지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서울행정법원에 금지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일부 인용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 도심 행진이 시작된 오후 3시 전까지 경찰과 금속노조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집회 장소 인근에서는 ‘민주노총 해체하라’는 피켓을 든 ‘금속노조 반대 집회’가 열렸다. 논쟁적인 정치 이슈가 있을 때 등장하는 반대 집회가 노조 집회를 겨냥한 흔치 않은 일이다.
총파업의 관심은 5년 만에 현대차 노조의 합류였다. 현대차노조는 이날 오전·오후 총 4시간 파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울산공장 5개 생산라인이 멈췄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 유니투스도 8시간씩 일을 멈췄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파업에 나섰다. 현대차 측은 “이번 파업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의한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파업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서 이번 총파업의 정당성 논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정당한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의 파업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려면, 노동위원회 조정과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 과정을 따르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7일 긴급 노사관계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현대차노조를 겨냥해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파업으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조건 유지와 개선을 목적으로 할 때만 파업을 허용한다.
경영계는 총파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당하지 않은 파업이 관성화될 경우 기업 경영과 노사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경제 6단체는 3일 성명을 내고 “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경제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번 총파업은 경제 회복을 위한 국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15일까지 이어질 민주노총 총파업은 13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합류가 정점이 될 전망이다. 의료 차질과 의료 일선 혼란이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민주노총 총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적인 시선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다른 변수는 13일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다. 최저임금위는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원하는 인상폭은 각각 15.8%, 1.2%로 격차가 크다. 내년 최저임금이 노동계 기대 보다 너무 낮은 수준에서 정해지면, 민주노총 총파업은 양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양종곤·박신원·유창욱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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