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전장연 vs 경찰’···이번엔 대학로서 천막 설치두고 대치

윤기은·이유진 기자 2023. 7.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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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후문에서 분향소 천막을 공원 안으로 들이려는 전장연·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경찰이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인근에 ‘서울형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부활 기원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려던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와 대치했다.

전장연과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는 이날 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축소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사업이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의미로 마로니에 공원에 분향소 천막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기자회견 전인 이날 오전부터 경찰 기동대는 이들의 분향소 설치를 막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서 대기했다. 공원 외곽에는 약 2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오전 11시53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공원 후문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 경찰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대표가 “천막 들어가게 해 달라”고 말하자, 경찰은 “본청에서 안 된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후 두 단체 활동가 50여명이 마로니에 공원 후문으로 다가오며 분향소를 만들 천막을 들고 오자 경찰은 방패를 든 기동대원을 동원해 저지했다.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다쳐요 다쳐” “경찰은 투쟁권 확보하라” 등 고성이 오갔고, 양측이 서로를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천막을 공원 안으로 반입할 수 없게 되자 전장연 활동가들은 마로니에공원 옆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예술가의 집’ 야외주차장에 천막 설치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경찰이 활동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천막 설치를 제지했다.

이날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 10여명도 동원됐다. 종로구청 도시녹지과, 건설관리과 공무원은 ‘노상적치물 자진정비 안내문’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노상적치물 관련 신고는 따로 없었다”며 “통행에 방해될 만한 것을 미리 파악해 치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의 제지로 천막이 차려지지 못하게 되면서 구청 관계자들과 전장연 활동가들의 물리적 대치는 발생하지 않았다.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한 전장연과 협회 측은 공원 정문에 테이블과 현수막만 설치한 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 중 최중증장애인을 우선고용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홍보 직무가 사라지게 됐다”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보호작업장이라는 직업재활시설에 겨우 줄 서서 일자리를 기다리는 최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천막 설치는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경찰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관리한다”며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공원 사용에 불편을 주는 부분에 한해 지자체가 경찰에 대응 요청을 한다. 전장연 건도 관할서에 행정지원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장연 건으로 본청이 별도 지침을 내리거나 한 바는 없다”고 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전장연·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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