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정부 “실업급여 하한 인하·폐지 추진”

정대연 기자 2023. 7.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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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두번째 노동개악” 반대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12일 월 180여만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높은 실업급여 수준이 실업자의 취업 의욕을 꺾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해결할 실업 문제를 청년·여성·고령 비정규직 노동자 등 실업급여 하한액을 주로 적용받는 취약층 개인의 부도덕성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한 뒤 “실업급여제도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지급요건으로 인해 단기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계약 관행이 있다”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이 2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일하지 않고 받는 실업급여가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많은 기형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위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월 하한액은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월 세후 급여(179만9800원)보다 많다.

국민의힘은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의도적으로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는 사례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실업급여 공정성 확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 실업자가 활발히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 부정수급 예방을 위해 행정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행정조치와 관련해 면접 불참 등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사업주 공모나 브로커 개입형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특별점검과 기획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실업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발언이 이어졌다. 정부 측 참석자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업무 담당자 조현주씨는 “실업급여 신청하러 사람들이 웃으면서 (노동청에) 방문한다”며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청년들이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 그(실업) 기간에 해외여행 간다.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를 더 챙겨주느냐고 비난하는 여론도 봤다”고 밝혔다. 공청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업급여 수급 당사자인 양대 노총 포함 노동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주 69시간 노동제 확대 추진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노동개악”이라며 “(소득 역전은) 실업급여가 높아서가 아니라 노동자 소득이 너무 적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이 아직도 최저 생계 보호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자기 고백일 뿐”이라며 “실업 상태로 불안한 삶을 살며 실업급여의 달콤함으로 연명하고 싶어하는 노동자는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당정의 실업급여 축소 추진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계약직·일용직 등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기업의 고용관행과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바꾸지 않고서, 실업급여를 깎아 생계를 압박해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발상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없이 오로지 취약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수급받는 것은 고용과 퇴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단기·임시 고용형태의 질낮은 일자리가 근본적 원인”이라며 “실업급여 삭감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계약 종료와 해고, 권고사직이 만연한 노동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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