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초격차란 없다…모든 역량 ‘AI 산업 디자인’에 쏟아야”
SAP HANA 창립 수석 아키텍트
“한국, 챗GPT 같은 B2C 모델 만들기 어려워”
“미국이 아직 못 본 제조 영역으로 눈 돌려야”
“AI 자체보다 도메인지식 중요한 시대 온다”
― 오픈AI 구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대결을 벌이기에는 격차가 너무 커 보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아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뒤에 있는 오픈AI 등이 주도하고 있지만 빅 데이터 프로세싱 업체인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와 같은 기업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데이터브릭스 CEO를 만나 ‘한국은 클라우드 규제 문제로 진입이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더니, 한국, 인도, 일본, 브라질에 대해 특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데이터브릭스와 스노우플레이크는 2013년 SAP의 성공을 보고 시작한 회사들인데 이 회사들은 오픈소스 기반 아키텍처 위에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 회사이고, 데이터브릭스는 인공지능을 지원하고 있는데 매우 큰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즉 폐쇄형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기업도 있지만, 이런 서비스들을 활용해 새로운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 한국이 개방형 플랫폼을 활용해 추격을 해야한다는 뜻인가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활용해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면, 데이터브릭스와 비슷한 기업들을 모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키텍처와 도메인 지식을 갖고 있다면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어떤 분야가 우리나라의 강점인가요. 반도체, 조선, 중공업, 엔지니어링과 같은 제조 산업이 강점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 분야들을 결합하고 디자인 사이클을 줄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선박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디자인 작업만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배를 설계하고 선주의 확인을 받아야 하니까요. 만약 선박 업체들이 스타트업 형태의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인공지능 디자인 회사를 만들고 데이터를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하면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산업 데이터를 투입하고 솔루션을 인공지능이 구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산업의 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름하여 ‘인더스트리얼 인공지능(Industrial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 디자인과 제조가 분리될 수 있겠네요.
▶산업 디자인(설계)을 자동화하고, 이에 따라 제조 자동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힘이 이동하고 나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은 향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로 바뀔지 모릅니다. 세계적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창업 과정도 비슷했습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가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서 활동하면서 목격한 것은 멘토그래픽스 라는 업체였습니다. 디자인을 자동화하는 설계 솔루션을 목격한 것이죠. 1980년대 이미 누구든 제조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던 것입니다. 이를 반도체에 접목한 것이 모리스 창 창업주였죠.
― 한국의 해법은 AI 제조 설계이군요
▶아직 미국에서는 AI 제조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없습니다. 제조업이 발전하지 않다 보니 시선이 모두 B2C(기업간 소비자)산업에 쏠려 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반도체 CEO를 중심으로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제조 업체가 누가 되든 반도체 디자인의 플랫폼 지배력을 강화해, 미국의 고부가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현재로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영역에서 TSMC를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조인 파운드리 위에 올라서는 서비스 레이어라고 이해를 하면됩니다. 제조업인 파운드리 위에 디자인과 제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레이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이곳에 투입하면 인공지능이 현재 나와 있는 모든 설계를 고려해 맞춤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또 다른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건축 산업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주택을 지으려면 디자인을 해야합니다. 디자인 시간은 상당합니다. 주택을 설계하려면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택 도면, 자재, 소재와 같은 건축회사가 가진 막대한 데이터를 모델에 투입하고 인공지능에 이에 대한 디자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문장과 코드를 생성하는 B2C인 챗GPT만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 이런 제조 디자인 플랫폼 기업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사실 한국 기업의 문제는 조직내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입니다. 혁신에 대한 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들이 벤처나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이 할 순 없을까요.
▶ 선진국의 새 제품과 새 기술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이런 인공지능 전략을 추진하려면 생각의 폭이 더 넓은 기업이 필요합니다.
― 인공지능 모델이 발달하면 오히려 인공지능 모델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 인공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더라도 오히려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풍부해 인공지능을 잘하는 제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담대한 사고와 도메인 지식 그리고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이제 초격차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정형화된 모델을 갖고 1위와 2위가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한 영역에서 쌓아 놓은 경험(데이터)이 중요한 시대가 펼쳐질 것입니다. 한국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사를 받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시스템즈 박사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뒤 글로벌 ERP 기업 SAP에 매각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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