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위험한 IT 억만장자들

정영오 2023. 7.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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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최근 유료화 조치를 내놓으며 트위터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는데, 그 틈을 머스크의 오랜 앙숙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파고든 것이다.

지난해 메타버스에 투자하다 실패하자, 1,000억 달러(약 129조 원) 자산가 저커버그는 대량 해고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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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스레드(왼쪽)와 트위터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로 내놓은 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챗GPT’가 세운 기록 2개월을 크게 단축했다. 특히 출시 후 트위터 이용자 트래픽이 급감해,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옮겨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최근 유료화 조치를 내놓으며 트위터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는데, 그 틈을 머스크의 오랜 앙숙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파고든 것이다.

□ 저커버그의 공격에 머스크는 “경쟁은 좋지만, 베끼기는 아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고, 이는 타당하다. 저커버그는 남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능력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그의 출세작 페이스북부터 대학 동료 아이디어였다. 2012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을 위협하자 경쟁사를 없애기 위해 인수하는 등 늘 쉬운 길을 택했다. 지난해 메타버스에 투자하다 실패하자, 1,000억 달러(약 129조 원) 자산가 저커버그는 대량 해고를 선택했다.

□ 머스크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2000년대 초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연 스페이스X와 전기차 테슬라로 혁신적 기업가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독선적 경영과 무책임한 언행은 늘 구설을 부른다. 2,460억 달러(약 318조 원) 자산도 부족한지 주가조작, 코인 시세조작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결투 직전까지 갈 만큼 견원지간이다. 동시에 전문직 부모와 명문대를 다닌 후 IT 붐을 타고 성공을 거뒀으나, 사회성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닮은꼴이기도 하다.

□ 대런 애쓰모그루 미 MIT 교수는 신간 ‘권력과 진보’에서 ‘비전 올리가르키(Vision Oligarchy) ' 출현에 대해 경고한다. 비슷한 사고방식과 태도를 지닌 소수 테크놀로지 리더를 지칭한다. 그들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에 눈멀어 대중이 그들 언행을 지나치게 신뢰하다가, 사회가 불행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성숙한 IT 억만장자들의 저질 다툼이 연일 관심을 끄는 것을 보며, 비전 올리가르키의 영향력과 위험성을 새삼 절감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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