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완화에 가계부채 증가…고민 깊어지는 한국은행

하상렬 2023. 7. 12. 1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를 두고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부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금융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금통위 개최…만장일치 '금리 동결' 전망
'물가 안정' 기조 유지하겠으나 '금융불균형'도 주목
가계부채 증가세, 특례보금자리론 등 주담대 확대 영향
'규제 완화' 역전세 대응책도 가계부채 누증 우려 더 자극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고물가 못지 않게 가계부채 증가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를 두고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12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등 여부를 결정한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통위원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하겠지만, ‘매파적(긴축 선호)’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7%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치(2%)를 웃돌고 있고, 가계대출마저도 최근 두드러지게 증가하면서 금융불균형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최근 금통위는 가계대출 누증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작년 3분기 이후 줄어들고 있던 가계부채 규모가 올 4월 들어 다시 증가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신용 누증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5000억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만 따로 떼어보면 주담대가 무려 7조원 증가, 3년 4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대출이 5조9000억원 급증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월간 7조원을 상회한 것은 2004년 통계집계 이래 2015년 4월(8조원), 2020년 2월(7조8000억원) 두 차례 뿐이었다.

한은이 2021년 8월 주요국 대비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는 한은이 예의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분기 대비 가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발생한 분기 수는 우리나라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로 고작 2회에 불과, 미국(22회), 독일(13회), 일본(20회)보다 크게 적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올 3월말 102.2%로 세계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 달 19일 ‘물가안정 목표 상황점검’ 기자회견에서 “디레버리징은 금리만을 이용해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써야 한다”며 “금리 수준이 최근 상당히 올라갔음에도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단기 현상인지, 추세적인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가계부채 누증을 걱정하는 한은 입장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제외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소득과 무관하게 공급하면서 주담대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는 데다 최근엔 ‘역전세 대책’으로 집주인들의 대출 규제를 DSR 40%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완화했다. 역전세 보증금 차액은 평균 700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정부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연 소득 5000만원 집주인은 1억7500만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부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금융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모두 풀린 상황에서 금리까지 내리게 되면 가계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한국은행

하상렬 (lowhig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