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하는 따뜻한 마음 있어야 진짜 명의"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3. 7.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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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H+양지병원 이사장
5년전 '따뜻한 마음 후원회' 결성
저소득 환자 치료비 지원사업
신림동서 50년 진료 '토박이'
팔순에도 주6일 환자 맞이해
"필수 소아과 진료 늘릴 것"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명의가 아닙니다." 김철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이사장(79·사진)은 1976년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지금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토요일까지 주 6일 진료를 한다. 자택은 병원에서 5분 거리. 자녀들도 모두 관악구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 지난 11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스스로를 "가까운 이웃 아저씨로 50년 가까이 지내온 관악구 '찐' 주민"이라며 "의사는 단순히 진료만 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환자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병원을 개원한 1970년대에는 관악구에 낙후된 지역이 즐비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부인과 함께 1976년 3월 관악구 신림사거리에 '김란희 산부인과'를 먼저 열고 곧 '김철수 내과'도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환자에게 빛과 같은 밝음과 따뜻함을 나눠주겠다는 마음을 담아 '양지병원'으로 직접 이름을 바꿔 지었다. 김 이사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일만은 우리 지역사회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게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한 여름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할머니 한 분이 심한 기침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귀가 어두워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할머니를 부축하고 안심시켜드렸다. 귀에 대고 증세를 물어 진료해보니 천식이었다. 할머니는 며칠 지나지 않아 병세가 호전됐다. 다음 진료 때 진료실에 들어선 할머니는 무언가를 고이 싼 손수건을 내밀었다. 열어보니 담배 한 갑이 들어 있었다.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도 담배를 전혀 안 피우지만, 할머니의 마음이 담긴 그때 그 선물을 잊지 못한다. 김 이사장은 "의료진으로 산다는 것은 봉사와 사랑의 길을 걷는 것"이라며 "따뜻하게 환자의 손 한 번 잡아주는 데서 치유의 첫 단계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어려운 이웃에게 눈을 돌린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 이사장은 "일곱 살 때 아버님이, 고1 때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형님 도움으로 어렵게 공부를 했다"며 "힘든 이웃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소외된 이웃에게 눈을 돌리다보니 김 이사장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료봉사에 나서게 됐다. 2014년 2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의료봉사단장을 맡아 지금까지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가정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분기별로 약 50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평통 의료봉사단은 대학생 207명, 초·중·고교생 257명 등에게 장학금 5억5510만원을 수여했다. 2018년에는 '따뜻한 마음 후원회'를 결성해 국내외 저소득 환자 치료비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많은 병원들이 '돈이 안 되는' 소아과 진료를 축소하고 있지만, 김 이사장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오히려 한 명 더 늘렸다. 현재 전문의 3명이 소아과 환자를 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10명을 뒀다. 김 이사장은 "수가가 낮다보니 소아과 운영이 경영상 도움은 되지 않지만, 아픈 어린이 치료를 외면할 수 없다"며 "관악구에서 소아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원은 우리 병원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개원 47주년을 맞은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대학병원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가장 큰 민간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과 구로구 에이치플러스 자립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에 2025년 개원을 목표로 제3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미국 '뉴스위크'가 선정한 '한국의 최고 병원 100'에도 4년 연속 선정됐다. 장남인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3월, 세계 최초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개발해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기도 했다. 당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다수 주요 외신에 보도됐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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