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체 ICBM 2차 시험 발사로 '美 본토 타격' 위협
정찰기 트집 잡을 때도 南 배제한 채 "미국과의 문제" 주장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12일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미군 정찰기의 통상적인 정찰 활동을 트집 잡으며 무력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이 기존 액체연료 방식보다 은밀성·신속성이 뛰어난 고체연료 기반 ICBM 발사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합참은 이 미사일이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과 해상보안청 등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은 한반도 동쪽으로 약 550㎞ 거리, 일본 홋카이(北海)도 오쿠시리(奧尻)섬 서쪽 약 250㎞ 거리 수역에 떨어졌으며, 정점고도는 6000㎞ 이상으로 분석됐다. 특히 북한이 이날 쏜 ICBM은 '역대 최장'인 약 74분간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올 4월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최초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8형'과 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도 "과거 '화성-17형' 활동시 북한이 공개한 비행제원과 비교해했을 때 정점고도, 비행거리 등은 유사하지만, 비행시간 측면에서 화성-17형의 68~69분 수준 대비 약 5~6분의 차이가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화성-18형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이 지난 4월 화성-18형 발사 때 '북한이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했던 점을 감안할 때 3개월 만의 이뤄진 이날 발사는 '화성-18형'의 실전배치를 위한 최대 성능 검증 목적이었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고체연료 추진방식의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 방식과 달리 연료 보관·주입 및 발사과정에서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다.
감시·정찰자산을 이용해 그 발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러시아 등이 주요국이 고체연료 ICBM을 주력으로 운용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북한도 같은 목적에서 기존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ICBM에도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선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명백할 때 이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킬체인'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고체연료 ICBM 개발이 필요하다.
북한은 작년 12월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톤포스(tf) 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으며, 올 2월 인민군 창건 제75주년 열병식에선 화성-18형의 외형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에 앞서 지난 10~11일 이틀간 3차례 담화문을 통해 미군 정찰기의 통상적인 정찰활동에 "격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1일자 담화에서 미군 정찰기 활동에 대해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며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만 상대하려 했던 것도 이번 ICBM 시험발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이날 쏜 ICBM을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류 분석관도 북한의 앞선 담화에 대해 "도발 명분 쌓기와 대화 기회를 동시에 엿보기 위한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화성-18형 발사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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