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미약 김은경 혁신위···당 지도부, 혁신안 시행 미적

김윤나영 기자 2023. 7. 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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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출범 4주차를 맞고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진상조사·불체포특권 포기·꼼수 탈당 방지’ 등 혁신위 요구사항을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전권형 혁신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지도부를 향해 “현안이 어렵고 바쁜 건 맞으나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혁신위 제안에 대한 적극적 응답을 미뤄선 안 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요구사항 실행을 미루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혁신위는 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진상조사를 첫 과제로 선정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첫 회의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해당 의원들과 민주당이 정치적이고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하는 심각한 사건”이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조사 범위에 넣어서 원인부터 찾고 그 결과 쇄신안을 만드는 것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정작 당 지도부는 돈봉투 사건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돈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을 20명으로 명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은 추측을 할 것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국민한테 알려주는 것이 도리”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했는지 지금까지는 드러난 바가 저희가 보기에는 없는데, 그런 추측성인 정치적 행동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1호 혁신안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와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채택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겠다”며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당한 검찰권까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당 지도부가 ‘정치 탄압’이라고 판단한 경우에는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최고위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혁신위가 이날 2호 혁신안으로 요구한 꼼수탈당 근절 대책도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다. 민주당은 혁신위가 꼼수탈당 대책을 논의하던 중인 지난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김홍걸 무소속 의원을 복당시켰다. 김 의원이 당 윤리감찰단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된 지 약 2년7개월 만이다.

당 지도부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신속히 경고하는 등 혁신위 제안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발언한 비명계 이상민 의원에게 경고했다. 박 대변인은 “이 의원의 당 분열 조장 발언은 명백한 해당 행위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이 의원 등을 겨냥해 “당을 흔들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질타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이 대표의 약속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혁신위에서 나름대로 혁신안 1호, 2호를 제시했는데 지도부가 사실상 안 받은 것은 잘못됐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는 정치적 선언인데 그걸 주저하고 토 달고 하니 혁신위도 상당히 언짢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자기들한테 유리하면 혁신위 제안을 받고 불리하면 무시하는 선별적 태도를 보인다”며 “혁신위도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할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시험대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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