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범 고려대안암병원장 “K-호스피탈의 모범으로 병원 위상 정립하겠다”
▲4월 부임 이후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엔데믹, 메디컴플렉스 완공 등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돌아본다면….
“펜데믹에서 엔데믹 바뀌면서 병원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격리병실 없애고 진료 시스템도 조정하는 여러 작업을 불과 일주일 사이에 하느라 숨가쁘게 돌아갔다. 메디컴플렉스 신관도 완공해 10일부터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매 주말 이전작업을 진행했다. 새 병동 완공으로 분위기는 좋지만 정신없고 매일 결정할 게 참 많았다. 하드웨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진료문화 같은 소프트웨어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3개월을 보냈다.”
▲메디컴플렉스 신관이 6년여의 공정 끝에 완공했다. 신관이 갖는 의의와 기대 효과는
“우리 병원은 30여년 전에 600병상으로 시작했다. 중간에 조금씩 부가적인 시설을 짓기는 했지만 늘어나는 환자 수용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제 그런 점을 모두 보완한 시설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신관은 VIP병동을 포함해 국내 최고, 최신의 병동이라고 자부한다. 각종 시설이 의사와 간호사들이 진료하기에 효율적으로 배치됐다. 그동안 병원에 근무하면서 이렇게 공간이 조성됐으면, 이렇게 바뀌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다 반영했다. 병원 직원이 일할 때 행복하고 편해야 환자도 행복하다. 그런 점에서 환자와 양쪽이 다 만족하는 공간이다.”
▲신관 완공으로 병원 규모가 2배로 커졌다.
“병원이 커졌다고 해서 병상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수도권 병상총량제도 있어서 기존과 병상 수는 그대로다. 대신 넓어진 공간이 이전과 같은 수의 환자들에게 제공된다.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관을 오픈하면서 스마트 병실도 도입했다.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하던 각종 진료 안내부터 체온, 혈압 등의 기본 측정치들을 이제 자동으로 시행한다. 병실 단말기를 통해 환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진료나 조사 일정도 알려준다. 체온을 재고 입력하는 것도 자동이고, 사람이 체크하던 수액 주사량 조절도 중앙 간호스테이션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특히 가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투약 오류 문제도 예방이 가능하다. 대형병원이 너무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아주 가끔 투약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10만분의1 확률이라도 그런 사고가 생기면 큰일난다. 그런 아날로그 오류를 막기 위해 안암병원의 병원정보시스템인 P-HIS를 활용해 투약 전 환자 팔목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투약정보가 뜨도록 해 더블체크가 가능하다.”
▲그럼 앞으로 스마트병실이 본격 가동되는 것인가.
“아직 완벽하게 다 준비된 것은 아니다. 우선 병원에 프라이빗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기존 공용 와이파이망으론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론칭 단계여서 그런 서비스를 개발한 여러 IT회사들과 협업해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물론 다른 병원들도 이런 변화를 준비하겠지만, 마침 우리는 병동을 새로 지었기 때문에 본격 도입하기 좋은 기회다. 병실 외에 응급실도 이런 스마트 시스템을 갖춰 각종 스마트 보드들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이든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하려면 힘들다. 내부 저항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은 교육을 통해 풀어야 한다. 사실 스마트기기들이 도입되면 직원들은 좋아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초반 익숙치 않아서 힘들뿐이다. 시행착오 줄이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신관 오픈에 맞춰 처음 시작할 때 확실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 시스템 P-HIS을 활용해 운영체계와 매뉴얼도 같이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호스피탈 도입으로 진료비가 높아지는 건 아닌가.
“스마트 호스피탈은 궁극적으로 환자나 의료진이 모두 편하게 일하고 진료받는 게 핵심이다. 물론 그런 첨단 시스템을 구축에는 초반 투자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비용은 곧 크게 낮아지게 된다. 특히 스마트 호스피탈을 운영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본관 응급의학센터를 신관 1층으로 확대 이전했다. 최근 병상을 찾아 긴급환자가 병원을 순례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됐는데…
“우리 응급센터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로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시설보다 사람이다. 의사가 있어야 한다. 안암병원은 권역응급센터와 서울시외상센터를 맡고 있는 의료기관이다. 환자가 오면 돌려보낼 수 없다. 그래서 늘 의료진이 대기를 한다. 사실 이런 역할은 대학병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사립병원은 경영에서 수지가 맞아야 하는데, 대규모 응급센터 운영은 경영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여에 대한 자부심과 의무감으로 적극 투자해 운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위치에 걸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이다.”
▲한정된 인원과 재원에서 담당하는 역할이라 부담이 크겠다.
“무엇보다 병원 구성원의 사명감이 중요하다. 고맙게도 우리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이 다들 사명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신생아중환자실이나 고위험산모센터는 다른 곳에서 잘 안 하려는 진료 분야이다. 출산률이 낮아지면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고위험산모는 고령출산 등으로 늘어났다. 또 중환자실에 오는 신생아도 많아지고…. 이게 병원에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다. 해당 분야 의사들을 다 구해야 하고 3교대로 당직이 돌아가야 한다. 진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임해주는 교수님들이 있으셔서 운영할 수 있다.”
▲취임 당시 5대 과제(환자중심 의료서비스 고도화. 중증질환 진료 강화,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 조직문화 혁신, 연구분야 집중투자)를 강조했다. 그중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우선 눈길을 끈다.
“우선 생산성본부의 컨설팅을 통해 우리 병원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지난해 말부터 모든 부서들이 참여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작업 중이다. 우리나라 병원은 수도권 상급병원 쏠림이 심해 진료 서비스 저하가 심각하다. ‘2시간 대기해 3분 진료 받고 간다’는 불만이 나온다. 환자중심이란 환자가 병원에 가면 자신이 어떤 여정을 거치고 어떤 진료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어떤 진료와 검사를 받고, 왜 하는지 알아야 한다. 입원도 마찬가지다. 무척 낯선 경험인데 그 여정을 함께 하겠다. 환자의 여정을 함께 하고 상세히 설명해주겠다는 게 환자중심 의료서비스의 키워드다.”
▲신관에 그런 콘셉트를 지향하는 공간이 있나.
“우리는 환자의 소중한 시간을 절약해주는 병원을 지향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휴식이 되고 힐링이 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다. 국내 병원 최초로 미디어 아트월을 만들고 5층에는 멋진 옥상정원도 운영한다. 병원이라면 소독약 냄새나는 삭막한 공간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옥상정원에서 자연을 접하면서 좋은 경험을 갖고 가도록 노력했다.”
▲5대 과제로 중증질환 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강화도 강조했다.
“중증질환 진료 강화는 우리 같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암이나 심혈관 등의 고난도 수술이나 처치를 능숙하게 하는 센터가 되는 것이다. 전문 의료인을 영입해 그런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의료인문학교실 등과 함께 젊은 전공의들에게 커리어 매니지먼트 교육을 하고 있다. 정밀의학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병원이 있는 홍릉강소특구의 키스트(KIST) 연구진들과 현재 밀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강화할 계획이다.”
▲5대 과제로 조직문화 혁신을 꼽은 점도 주목할만 하다.
“안암병원에는 3000여명이 넘는 인력이 있다. 의사와 간호사부터 행정,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사람이 많으면 갈등이나 조직간 충돌이 자연스레 발생한다. 상호존중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 환자에게 봉사한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상황을 바꿔 생각하고, 직원들도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한다. 물론 캐치프레이즈나 푯말 하나 붙인다고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간호사행복추진위도 운영하고 같이 엠티도 가고 전공의와 간호사간의 식사자리도 마련하는 등 상호 교류에 과거부터 많은 재원을 투자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할 계획이다.”
“국내서 흔히 빅5 병원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병상규모다. 하지만 해외에는 1000병상 내외로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국제적인 명성이 높은 병원들이 있다. 모두 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진료와 진단기법도 만드는 등 연구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는 병원들이다. 우리가 연구중심병원에 매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또한 원장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우리 병원에는 고난도 수술을 잘하고 어려운 심혈관, 암을 잘 치료하는 선생님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이를 적극 알리고 안암병원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전략을 강화하려고 한다.“
▲병원의 국제화도 요즘 많이 신경 쓰는데
“한국 병원의 수준이 높은데도 해외 환자들은 한국보다 태국을 더 찾는다. 지금까지 사실 해외진료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내부진료도 힘들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국내 상급종합병원들이 글로벌화 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해외와 교류하고 중동 등에 출장을 가 현지 의료기관도 만날 계획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할랄푸드 식단도 개발했다. 환자들이 많이 와서 우리 병원 이름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해야 한다. 또한 단발적인 해외의료봉사 외에 외국 의료진의 한국 연수를 통해 현지 의료시스템과 진료수준을 높이는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외 역점을 두는 사업이 있다면.
“스포츠의학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엘리트 선수들이 진단과 진료를 받고 체계적으로 재활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할 것이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스포츠의학 쪽을 전공한 분들이 전문 스포츠물리치료사들과 협업하고 트레이너와들과도 교류해 프로 스포츠 등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전문시설을 갖추려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병원장으로 앞으로 포부를 밝힌다면.
“병원의 진료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론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라 짜증도 나겠지만 환자의 1초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안암병원이 K-호스피탈, 대한민국 의료의 모범이 될 수 있게 위상을 정립하겠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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