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못'으로 집 짓는다..."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

문세영 기자 2023. 7. 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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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못을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보호 목적으로 울타리를 치듯, 새 또한 해충 등으로부터 둥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못을 활용해 벙커나 요새와 같은 공간을 만든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새들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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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자연사박물관 연구팀
지난 4월 12일 네덜란드 남동부 도시인 엔스헤데의 한 나무에서 스파이크로 둘러싸인 까치 둥지가 발견됐다. Deinsea 제공.

새들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못을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외 조각상에 새가 앉아 배설물을 분비하면 변이 굳어 딱딱하게 달라붙거나 부식이 일어나는 등 손상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새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뾰족한 못들이 박힌 보호대를 두른다. 이를 ‘스파이크 펜스’라고 하는데, 새들은 오히려 이를 둥지 보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네덜란드 레이덴 자연사박물관(나투랄리스 생물다양성 연구센터)과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일부 새가 스파이크 펜스에 달린 못이나 징을 둥지 주변에 두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인간이 보호 목적으로 울타리를 치듯, 새 또한 해충 등으로부터 둥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못을 활용해 벙커나 요새와 같은 공간을 만든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새가 둥지를 만들 때 인간이 만든 물건을 활용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철조망, 뜨개바늘 등 다양한 인간 도구가 둥지 제작에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새들이 스파이크를 둥지 바깥쪽에 배치한 사례들이 포착됐다. 이는 보호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벨기에 항구도시인 앤트워프의 한 병원 정원에서 이같은 까치 둥지를 발견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해당 둥지에는 스파이크 1500여개가 발견됐다. 스파이크의 뾰족한 부분이 바깥쪽을 향하도록 놓여 있었다. 연구팀은 병원 지붕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지붕에 놓인 스파이크 펜스 약 50cm(센티미터)가 뜯겨 나간 것도 확인했다. 

스파이크가 둥지 보호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보는 근거는 스파이크의 위치 때문이다. 스파이크는 둥지의 지붕에 해당하는 위치에 주로 놓여있었는데, 연구팀은 가시처럼 날카로운 부분을 지붕에 얹어 보호 효과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새들은 종종 둥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가시가 있는 나뭇가지를 이용하는데, 이런 나뭇가지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차선책으로 못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새들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평가했다. 스파이크 펜스에 붙은 못은 접착제로 단단하게 고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뜯어내기 쉽지 않다. 이를 떼어 내려면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팀은 새의 이러한 행동을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라고 표현했다. 사람이 새를 내쫓기 위해 만든 재료를 역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보호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 정기간행물(Deinsea)에 11일 실렸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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