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간부 석방하라” 멕시코서 폭동…경찰 등 13명 인질로 붙잡혀
멕시코의 한 마약 카르텔 갱단 간부들이 체포되자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에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키고 경찰과 방위군을 납치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현지 매체 엑스판시온 폴리티카와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지난 이틀 동안 멕시코 게레로주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도시가 마비됐다. 시위대는 게레로주 주도인 칠판싱고를 중심으로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을 공격하고, 의회와 행정부 청사에 난입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주 멕시코 치안당국은 게레로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갱단 ‘로스 아르디요스’ 간부급 2명을 불법 무기 및 마약 등 소지 혐의로 붙잡았다. 약 20년 전에 조직된 로스 아르디요스는 게레로주의 가장 강력한 갱단 중 하나로, 납치·강탈을 비롯해 마약 밀매 등을 저질러왔다.
이 갱단의 간부급 2명이 체포되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에 항의하며 폭력 시위를 벌였다. 로스 아르디요스는 게레로주에서 운송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 직원들과 지인 및 주민들이 폭동에 총동원됐다. 이들 중 다수는 갱단으로부터 사실상 시위 참여를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경찰과 국가방위대를 향해 둔기를 휘두르거나 돌덩이를 집어 던지며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일부는 문을 부수고 주 정부 건물에 난입하기도 했다. 또 경찰과 방위군, 공무원 등 13명이 시위대에 인질로 붙잡혀 끌려갔다. 시위대는 경찰의 무장 전술차량을 탈취해 의회 문을 들이 받기도 했다. 이 폭동으로 도로가 폐쇄돼고, 학교도 휴교 명령이 내려졌다. 근처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더 큰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폭동을 진압하는 데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멕시코 정부 치안 총책임자인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안보장관은 멕시코 연방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시위 참여를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져 더 이상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는 무력이나 강제 조치를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면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평화에 반하는 일부 시위대 행동에는 적절한 (법적)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또 시민들에게 갱단의 동원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그들이 당신을 위협하고 참여를 강요한다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라”며 “이 조직의 지도자들과 마주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되, 그들이 당신을 조종하게 놔두지는 말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에도 시위대의 폭동은 계속됐다. 이틀에 걸친 폭동은 당국이 시위대 대표단과 협상을 벌인 끝에야 상황이 진정됐다. 시위대에 인질로 붙잡힌 13명의 공무원은 풀려났고, 치안 차량도 되찾았다. 정부는 공공사업 이권을 대가로 주고 인질들을 구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이 멕시코에서 범죄 집단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일부 범죄집단은 상당한 추종세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는 “오늘날 범죄자들은 무시무시한 무기를 통해서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거리로 끌고 나와 보안 당국과 대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게 됐다”며 “이는 범죄집단이 빈곤한 지역에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도록 방치한 연방 및 주 정부가 초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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