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다 죽이는 ‘과수 괴질’ 이겨낼 ‘게임 체인저’ 나오나
병원균을 다스리는 백신·치료제 등이 없어 ‘과수 괴질’로 불린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강한 대목(밑나무)이 내년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된다. 이 대목이 과수화상병을 극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지 관심을 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12일 “과수화상병 저항성이 좋은 지(G)11 계열 사과 대목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내년 가을께부터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목은 사과·배 등 품종 접을 붙이는 밑나무인데, 현재 전국 사과 재배 농가의 대부분 대목은 엠(M)계열이다.
앞서 충북농업기술원은 품종 출원·연구기관인 미국 코넬대 제네바연구소가 내놓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에 대한 사과 대목의 저항성’ 연구 등을 바탕으로 과수화상병 관련 연구를 진행해 ‘화상병 저항성 사과 대목 기내 대량증식 배양방법’을 특허출원했다.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는 과수화상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며, 연구소는 논문에서 지(G)계열 사과 대목이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기술을 충주시농업기술원과 ㅎ농원과 ㅊ농원 등에 이전했으며, 이들은 지금 배양묘를 기르고 있다. 이재웅 충북농업기술원 과수화훼팀장은 “올가을께 배양묘를 흙으로 옮겨 1년 정도 30~50㎝ 나무로 키워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내년 가을이나 2025년 봄부터 본격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농업기술원과 사과·배 재배 농가 등은 ‘지11’ 계열 사과 대목이 과수화상병 극복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의뢰로 2020년 ‘생산성 높은 내동성 및 연작에 강한 왜성 사과 대목 선발’ 연구를 진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주관 연구 책임자 윤태명)도 “지 계열(G935) 대목은 내건·내습·내동성 등은 엠 계열(M26)과 비슷하면서도 기상 이변·과수화상병 등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과는 밑나무라 불리는 대목을 심은 뒤 부사·홍옥 등 품종을 대목에 접을 붙여 재배하는데, 현재 전국 사과 대목의 80% 이상이 엠(M)9, 엠(M)11 등 엠 계열이다. 영국 이스트 몰링사에서 개발한 엠 계열 사과 대목은 탁월한 왜성(작기), 내한성, 조기 재배 등을 이유로 농가로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최근 엠계열 대목이 과수화상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배 등 장미과 과수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과수의 가지·열매·잎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붉게 변한 뒤 죽어가는 세균성 전염병이다. 병원균을 다스리는 뾰족한 백신·치료제가 없어 ‘과수 괴질’로 불렸으며, 확산 속도가 빨라 발병하면 과수를 매몰 처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선 2015년 경기 안성 서운면 배 과수원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지난해 말까지 전국 1713농가 945.4㏊에서 발병해 모두 매몰 처분됐다. 특히 충북은 지난해 말까지 과원 1077곳 559㏊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전체 면적의 59%를 차지했다. 올해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충북은 11일까지 충주·제천 등 7개 시·군에서 91건, 34.5㏊에서 과수화상병이 발병했다.
충북뿐 아니라 경기·강원·충남·전북·경북 등에서도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지난 11일까지 경기는 화성 등 51곳에서 20.61㏊, 강원은 원주 등 7곳에서 3.1㏊, 충남은 천안 등 27곳에서 14.7㏊, 전북은 무주 6곳에서 2㏊, 경북은 안동 등 25곳에서 11.4㏊ 발병했다.
안종현 충북농업기술원 병해충대응팀장은 “올해도 충북에서 가장 많은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예년의 경우 발병 적정 온도(25~28도)를 지나는 7월부턴 확산 세가 꺾이는데 올핸 장마가 기온을 떨어뜨리고 습도를 높이면서 지속해서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우박이 과수에 상처를 내 감염이 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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