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아시아로 확장하나…‘중국 견제’ 사실상 정상회의 의제로

이윤정 기자 2023. 7. 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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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AP4(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동이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려 호주 앤소니 노먼 알바니지 총리와 일본 기시다 총리, 뉴질랜드 크리스 힙킨스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7.12.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향신문 김창길기자

러시아의 유럽 확장을 막기 위해 결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쪽으로 동진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 의제 전면에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확장이 사실상 주요 안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나토가 아시아태평양까지 아우르는 정치·군사 동맹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CNN·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대만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며 “유럽-북미 군사동맹 의제에서 우크라이나만이 주요 안보 이슈가 아님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회원국이 아닌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지역 주요 파트너(AP4) 4개국 정상이 2년 연속 초청된 것 또한 나토가 중국 견제에 힘을 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가 입을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이 태평양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가 주변국에 점점 더 강압적인 군사행동을 보이고 있고, 자국 내에도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나토의 안보, 가치, 이익에도 도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나토 개막 연설을 하는 것도 나토 회원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대화를 강화하고 이 지역 안보에 관심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나토 소속 31개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개막일인 이날 발표한 총 90개항의 공동성명에서 6개 항목을 중국 관련 이슈에 할애했다. 31개 동맹국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을 공표했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에는 열려있지만, 사이버·우주·하이브리드 등의 분야에서 가해지는 비대칭적 위협과 부상하는 파괴적 기술의 악의적 사용에는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나토는 지난해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처음 명시한 바 있다.

서방에서는 이 같은 나토의 움직임이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에 대한 맞대응 조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메이아 누웬스 선임연구원은 “중국 해군이 지중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해왔다”며 “나토의 관심이 동쪽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군사 작전이 서쪽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숙이 얽혀 있는 유럽 내에서는 나토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리적 범위를 아시아태평양으로까지 확장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분분하다. 최근 나토는 일본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프랑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연락사무소 신설은 전체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데, 프랑스는 ‘나토는 글로벌 동맹이 아니다’라며 기존 북미·유럽 체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월 안보회의에서 나토의 ‘스펙트럼과 지리’를 확대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의 아시아 확장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회의론자”라고 보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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