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가 온다..."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처럼 인류가 환경을 확 바꿨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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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現世)가 종료를 예고했다.
지질시대 명명 권한을 가진 국제층서위원회는 2009년 AWG를 만들어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정할지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인류'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Cene)를 결합한 인류세(Anthropocene)는 2000년 국제회의에서 기후과학자 파울 크뤼천이 "우리는 이미 인류세를 살고 있다"고 외치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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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 보여줘
내년 8월 부산서 새 지질시대 열리나
현세(現世)가 종료를 예고했다.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이자 약 1만1,700년간 계속돼온 현세인 '홀로세'가 새로운 지질시대로 바뀌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11일(현지시간) 캐나다의 작은 호수가 ‘인류세’의 시작을 보여주는 표준 지층, 즉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으로 지정되면서다. 인간이 지구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게 한 증거가 이 호수에 퇴적돼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지질학자로 구성된 인류세워킹그룹(AWG)이 투표를 통해 “GSSP으로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질시대 명명 권한을 가진 국제층서위원회는 2009년 AWG를 만들어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정할지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인류'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Cene)를 결합한 인류세(Anthropocene)는 2000년 국제회의에서 기후과학자 파울 크뤼천이 “우리는 이미 인류세를 살고 있다”고 외치며 주목받았다. 생명체가 자연의 지배를 받던 시기는 지났고,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핵무기를 개발한 인간이 거꾸로 지구를 쥐락펴락하는 존재가 되어 그 흔적을 지질에 뚜렷하게 남겼다는 게 인류세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다.
인류 활동 기록한 고요한 호수
2019년 AWG는 인류세의 시작을 급속한 산업화 시기인 1950년대로 결정했다. 인류세 시작을 공식화하기 위한 AWG의 마지막 과제는 지구의 변화를 입증할 대표 장소인 ‘황금 못’을 찾는 것이었다.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와 남극의 빙핵 얼음, 일본의 해양 퇴적층 등 12개 장소가 후보에 오른 끝에 11일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크로퍼드 호수의 면적은 작지만 수심은 24m로 깊어 물이 섞이지 않는다. 바닥으로 가라앉아 쌓인 각종 물질이 고스란히 인간의 족적이 됐다.
이 호수의 퇴적층에는 1950년대 핵실험으로 치솟은 플루토늄 농도가 기록돼 있다. 플루토늄은 인류세를 대표하는 주요 표식이어서 지구의 새 역사가 시작된 시기를 이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소는 없다는 설명이다.
내년 부산서 인류세 시대 열릴까
홀로세의 공식화 여부는 올해 제4기층서위원회와 내년 국제층서위원회에서 실시되는 투표로 결정한다. 두 기구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내년 8월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지질학총회(IGS)에서 비준되는 동시에 인류가 새로운 지질시대에 살게 된다. 6,600만 년 전 지구에 충돌하며 중생대를 끝낸 소행성과 비슷한 파괴적 역할을 인간이 하게 되는 셈이다. AWG는 “인류세를 인정할 근거가 매우 강력하다”고 본다.
다만 일부 학자들이 인류세를 둘러싼 이견에 AWG를 탈퇴하는 등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인류세를 지정하는 것에는 기후위기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데, 이는 아주 느리게 형성되는 지층을 연구하는 지질학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영국 레스터대 명예교수인 콜린 워터스 AWG 위원장은 “1950년대에 시작된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에 일으킨 매우 급격한 변화를 나타낸다”면서 “그러나 인류의 영향은 나쁜 방향 혹은 좋은 방향으로도 급속도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지구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각성하기에 따라 지금이라도 ‘구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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