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정자교 시공사·LH에 손배소…“캔틸레버 공법 퇴출”

오상도 2023. 7.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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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틸레버 설계·시공 문제 등 살펴봐야”
“책임회피 아냐…후진국형 사고 막아야”
금주 금호건설에 소 제기…LH는 검토
시공 30년 다리 놓고 시공·관리 논란
정부 “도로·다리 잇는 캔틸레버 균열”
“물·제설제 파고들어 철근 다발 부식”

지난 4월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정자교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관리 주체인 성남시의 ‘보수 미비’를 지적한 가운데 시가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국토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주장했다.
보행로가 무너지며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에서 지난 4월 7일 경찰과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시장은 “(시공이) 30년 이상 지난 상황에서 소 제기가 과연 실익이 있을까 묻는 이도 있다”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처벌과 배상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당신도시 교량의 보행로에 적용된 캔틸레버(cantilever·외팔보) 공법을 문제 삼았다. 이는 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고 떠 있는 구조이다.

그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설계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시공상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잘못된 공법 퇴출과 제도개선을 거쳐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캔틸레버 공법은 분당신도시를 비롯해 1기 신도시 교량 56개 중 51개(91%)에 적용됐다. 사건 초기 이 공법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지만, 토목공학자들은 한강 다리 등 국내외 대형교량에 적용된 공법으로 문제점을 따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
하지만 신 시장은 “유독 분당신도시에만 이런 공법이 적용됐는지 밝혀야 한다”며 “시민 안전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된다면 캔틸레버 공법은 퇴출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각이 없는 캔틸레버 공법으로 시공된 다리는 시간이 지나면 콘크리트가 부식되고 철근이 녹슬어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될 수 있다”며 “유독 캔틸레버 공법으로 만든 분당의 17개 교량이 모두 재시공을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면, 이는 해당 공법을 활용한 설계와 시공 등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시장은 국토부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전날 국토부는 도로부 하부 콘크리트와 캔틸레버부 인장철근 사이의 부착력 상실이 붕괴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고 밝히면서 제설제와 동결융해를 원인으로 꼽았다”며 “설계와 시공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지자체의 관리책임만 물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교량 노후화와 제설제 살포, 동결융해에 따른 위험은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소송이 제기되면 1993년 정자교를 시공한 건설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분당 정자교는 금호건설로 사명이 바뀐 당시 광주고속이 시공을 담당했다. 1993년 시공해 하자담보책임이 1998년 만료됐지만 경찰 조사를 받았다. 광주고속은 금호건설과 합병한 뒤 폐업했는데, 경찰은 두 회사를 같은 회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행사인 LH와 관련해선 설계도와 구조계산서, 시공도서 등을 찾아 분석했는데 시공 당시 하중 계산이나 자재 사용량 등에 대해 포괄적인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자교 사고 현장을 방문한 신상진(오른쪽 세 번째) 성남시장이 직원들과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시 제공
시 관계자는 “도로과가 주축이 돼 소송준비를 거의 끝냈다”며 “이번 주 안에 우선 금호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추이를 보면서 LH에 대한 소송도 준비할 것이다. 변호사 자문을 거쳐 소송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전날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정자교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리 위 콘크리트에 물과 제설제가 오랜 기간 파고들며 콘크리트에 고정된 철근의 접착력이 떨어져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용강 국토안전관리원 자체사고조사위원장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안전 점검 과정에서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진 데다 다리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고 균열이 발견되는 등 사고 징후가 감지됐지만, 관리 주체인 성남시는 적절한 보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자교처럼 캔틸레버 공법으로 지어진 다리는 전국에 1313개에 이른다. 앞서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캔틸레버 교량에 대해 지자체와 합동 실태점검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는 분당구청 교량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교량점검업체 직원 10명도 수사하고 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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