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아닙니다”... 경찰 사칭 때문에 애먹는 ‘진짜 경찰’

김민소 기자 2023. 7. 12. 16: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는 A 경위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경찰이 전화를 걸면 인사말도 끝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린다"며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욕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는 (경찰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분들도 있어서 애먹는 경우가 많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면서 '진짜 경찰'들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 발로 경찰 찾은 고소인조차도
피싱으로 오해해 경찰 연락 차단
“블랙박스 등 증거 수집도 어려워”

“중국인 XX야. XX나 먹어라... 뚝(전화 끊김)”

지난 5월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는 A 경위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그는 피의자에게 경찰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전화를 걸었지만, 피의자가 돌연 욕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A씨는 그를 불러내기 위해 자신이 경찰임을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로 여러 차례에 걸쳐 증명해야만 했다. 이후 경찰서에 온 피의자는 경찰의 전화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A 경위는 최근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전화를 걸면 인사말도 끝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린다”며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욕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는 (경찰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분들도 있어서 애먹는 경우가 많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면서 ‘진짜 경찰’들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전화를 받은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경찰을 ‘보이스피싱범’으로 오해해 연락을 끊어버리기 일쑤다. 담당 경찰의 연락처가 완전히 차단돼 등기 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일도 잦아졌다.

조선DB

◇ 보이스피싱 61.3%가 기관 사칭... 고소인도 경찰 의심하는 지경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검찰 등 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올해 1~5월까지 발생한 4515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7363건) 중 61.3%에 달한다. 지난해에 비해서 건수와 비중 모두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3787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에 35.4%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이라 제 발로 경찰서를 찾은 고소인조차도 경찰을 의심하기 일쑤다. 올해 초 중고 거래 사기 사건을 수사한 B 경장은 고소인 진술 일정을 자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고소인은 ‘바쁘다’는 차가운 답변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B 경장의 연락처를 수신 거부 처리하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B 경장은 자신의 명함과 함께 ‘진짜 경찰이에요’라고 사정하는 듯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수사과정도 복잡해졌다. 수사 시간이 지연될 뿐 아니라, 증거 수집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찰서 교통과에 근무 중인 C 경장은 지난 4월 교통사고 피해 조사를 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가 필요했다.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차주는 “됐습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경찰이 일주일이 넘게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겨 설득에 나섰다. 경찰은 “차주가 그대로 연락을 끊어버리면 증거 수집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다른 방법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보이스피싱범과 경찰을 구분하는 방법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나 수사기관은 절대 전화로 돈을 인출하라거나 입금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어느 경찰서 또는 어느 경찰청 무슨 과로 오시라고 출석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제 경찰인지 보이스피싱범인지 헷갈리는 경우 담당 경찰의 이름을 가지고 182(경찰 민원 포털)에 질의하면 실존 여부가 확인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