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이 인정한 안우진, 120구 역투에도 눈물…불운은 어디까지
지난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경기를 마치고 KT 선발 투수였던 웨스 벤자민은 상대 팀 선발인 안우진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했다.
벤자민은 “안우진은 정말 좋은 투수다. 계속 좋은 모습 보여준다면 진짜 미국에서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안우진은 모든 팀들이 어려워하는 투수다. 우리 야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연신 상대 투수를 추켜세웠다.
이날 벤자민은 7.2이닝 6안타 1볼넷 11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안우진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개인 최고의 역투를 펼친 것도 있지만 타선의 도움도 있었다. KT 타선은 1-1로 맞선 7회 3득점을 뽑아내며 벤자민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우진은 한 경기 최다 투구수인 120개를 던지고도 웃지 못했다. 6.1이닝 5안타 1볼넷 11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1·2루에서 이호연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불펜 양현이 안우진이 남겨둔 주자를 들여보내 안우진이 책임져야 할 점수가 4점이나 되어버렸다.
이후에 키움 타선은 8회 한 점을 만회하는데 그쳐 안우진은 그대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키움은 5연패에 빠졌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 1위(2.11), 이닝 1위(196이닝), 삼진 1위(224삼진) 등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선 안우진은 올해에도 각종 부문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시즌 17경기에 등판해 11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해 이 부문 리그 5위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은 토종 투수들 중 유일한 2점대(2.44)를 기록하고 있다. 삼진 부문에서는 130삼진으로 여전히 올해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닝도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107이닝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도 0.220으로 리그 4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승운이 지독히도 없다. 안우진의 승수는 6승(5패)에 불과하다. 안우진보다 평균자책이 더 높은 한화 펠릭스 페냐(2.83)가 7승5패로 승수가 더 많다.
키움 타선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팀 타율이 0.255로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무르고 있다.
키움은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갖추고 있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 이안 맥키니에 토종 투수 안우진, 최원태가 있다. 여기에 정찬헌, 장재영 등이 활약했다. 하지만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해 강력한 선발진이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키움 선발진이 기록한 퀄리티스타트는 49차례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평균치인 31개를 훨씬 웃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공격력이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다. 선발 투수들은 퀄리티스타트도 많은데 승리를 못 챙긴게 중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타격에 사이클이 있다고는 하지만 키움 타선은 올해 유독 선발 투수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120구 역투로 마친 안우진도 아쉬운 마음으로 후반기를 바라보게 됐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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