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 선고받고 졸도…'세 모녀 전세사기' 모친의 최후

[theL] 재판부 "삶의 기반 흔드는 중대 범행"

/사진=뉴스1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어머니 김모씨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사기 등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김모씨에 대해 12일 검찰의 구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김씨가 임대차 보증금으로만 빌라를 분양받고 수백채 갭 투자를 한 사실, 보증금 일부가 리베이트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고, 이를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차인의 입장에선 임대인이 전세 계약이 종료될 시 보증금을 반환할 사람인지도 계약의 주요한 사항"이라며 "(김씨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받기 전에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잔금까지 지급하게 해 사기죄가 구성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선고 직후 자리에서 쓰러졌다. 재판부는 법원 경위들이 응급 조치에 돌입하자 휴정을 선언하고 취재진과 방청객을 퇴정시켰다. 이후 김씨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서 감치 장소로 이동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갭 투자'를 통해 서울 강서구·관악구 안팎의 빌라 수백채를 연쇄적으로 사들여 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만료되자 임차인들 중 85명에게 보증금 183억여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와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들은 임차인을 모집한 뒤 분양가를 부풀려 고지하는 수법으로 과다한 보증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빌라 분양대금을 보증금으로 지불했고, 남은 돈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았다. 상당수 빌라의 소유주가 김씨의 두 딸로 등기돼 이번 사건은 전개 초기 '세 모녀 전세 사기'로 불렸다.

이날 판결은 김씨가 지난해 5월 처음 기소된 사건에 한해 선고됐다. 김씨는 두 딸, 분양대행업자 등과 함께 지난해 7월·11월과 올해 6월 추가로 기소됐다. 추가 기소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에게 배당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