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엘리엇에 1300억 지급’ ISD 취소소송 적극 검토

18일 취소제기 시한...英에 訴 제기할듯
대형로펌 ISD 전문가들 전략 취합중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에 총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오는 18일 취소소송 제기 시한 만료일을 눈 앞두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PCA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엘리엇 측과의 ISD 판정 결과에 대해 중재국인 영국 법원에 ‘관할 위반’을 이유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20일 PCA 판정 결과가 나온 뒤 국내 대형로펌 소속 투자자·국가 간 투자 분쟁(ISD) 전문가 등으로부터 취소소송 제기 논리와 전략을 취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PCA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금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와 지연이자, 그리고 법률비용 2890만3188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300억원대에 달한다.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은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의 합병안을 가결했고 그해 7월 주주총회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6%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게 유효했다. 그때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반대의사를 표했으나 합병이 이뤄지자 지난 2018년 PCA에 ISD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PCA 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검토하며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주주권 행사가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소송 대상이 아니다”는 관할위반 논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ISD 단계에서도 “국민연금은 어떠한 결정이 자신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관할권 항변은 일반 재판으로 따지면 소송 전 항변인데 일반 재판에선 크게 의미가 없다. 그러나 ISD에서는 핵심 쟁점이 된다”며 “ISDS 본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배상금이 얼마를 주냐가 이슈가 되지만 관할권 항변은 이런 논의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또 하나의 배경엔 우리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또 다른 ISD를 진행 중이라는 상황이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도 2015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억달러(약 2565억원) 규모 ISD를 제기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잇따른 외국계 투자자본으로부터 ISD 소송을 당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 정부를 피청구인으로 한 ISDS 사건은 총 10건이고 이중 불복절차를 검토중인 론스타 사건을 필요해 6건이 현재 진행중이다. 지난해 8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론스타·외환은행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론스타 측에 2억1650만달러(약 2857억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법무부는 판정 취소소송 제기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