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혁신 나침반]〈5·끝〉인도의 젊은 인재를 품어야하는 이유
미-중간 기술패권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 3년간의 공세적이고 전면적 중국 견제 기조에서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으로 선회하며 화해적 몸짓을 중국에 보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양국간 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 게임은 어쩌면 더욱 복잡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에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 대외전략 수립·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미-중 관계가 경쟁 일변도에서 협력과 경쟁 공존 국면으로 확대된다 하더라도, 미국은 핵심·신흥기술(Critical & Emerging Technologies)의 우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및 경제프레임워크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것은 위험(Risk) 감소이지, 기술적 우위의 확보를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글로벌 정치경제 프레임 변화에서 우리나라는 보다 복합적이고 때로는 다소 이율배반적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는 한-미 동맹의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후방을 든든히 하는 전략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은 사실상 한-미 동맹 및 한-일 협력으로 가능했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능동적으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것이 그 다음 전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보다 세부적이고 정밀하게 짜여진 중장기 관점의 실행계획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핵심·신흥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가장 어려운 문제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여러 가지 정치경제적 조건을 감안한다면, 독자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인도와 협력 필요성은 더욱 증가한다고 본다. 인도는 현재 미국의 최우선 협력국가인 동시에 중국 및 러시아와 비교적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 측면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에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그렇지만 한국과 인도와의 관계는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위상에는 아직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즉 지금보다는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더 많은 경제 및 외교적 대화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아마도 양국의 대외전략 초점이 서로에게 맞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한국은 미국 및 일본 그리고 유럽 주요국과의 협력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고, 인도는 제3세계 비동맹 운동을 주도하고 21세기 이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인도는 명실상부 G3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어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위상은 향후 더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인도와의 협력을 보다 체계적·전략적으로 추진해 가야만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양국 간 인력교류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인도의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한국 정부는 GKS(Global Korea Scholarship)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인도의 젊은 인재들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인도 역시 매우 우수한 이공계 고등교육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조업과 연계되는 우리나라 공학 프로그램은 인도의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인도 대상 특별 프로그램 구성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인도의 젊은 여성들을 유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한국과 인도는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정부는 5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앞으로 보다 긴밀한 양국간 새로운 50주년을 기획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점은 인력 교류가 되어야 하고, 한국은 보다 전향적으로 인도의 젊은 인재들을 품어야 한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usong@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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