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 황야의 7인
올해 상반기 미국 나스닥지수는 31.7% 급등하며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 생성AI 열풍에 올라탄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질주 덕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도 앞다퉈 주가를 끌어올렸다. 애플은 46.7% 상승해 시가총액 3조 달러(4024조 원) 돌파라는 새로운 금자탑을 세웠으며, 엔비디아는 무려 187%나 올랐다. 메타와 테슬라도 180%, 113%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메타(페이스북)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5개 종목을 의미하는 FAANG 주식은 코로나19 직후 한 때 미국 증시의 랠리를 이끈 주역이었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마그니피센트 7'이 차지했다. 마그니피센트7은 1960년 공개된 율 브리너, 스티브 매퀸 주연의 미국의 서부 영화 '황야의 7인(원제: 마그니피센트7)'의 2016년 리메이크 작품으로, 의기투합한 7인의 총잡이가 무법자들에게 약탈당하는 마을을 구출한다는 줄거리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상반기 미국 증시 강세장을 이끈 7개 기업을 마그니피센트7로 명명하며, 연일 경제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황야의 7인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이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가진 것없이 스타트한 혁신기업이며 전통적 레거시 기업은 하나도 없다. 이들 7개 종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금리, 지역은행 위기,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진통 등 숱한 악재를 돌파했다. 그러나 소형주 그룹인 러셀2000은 7% 상승에 그치며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한편 국내 빅테크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14% 상승하는 동안 네이버는 3% 상승에 그쳤고, 카카오는 오히려 7%이상 떨어졌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투자를 받은 기업의 약 10%정도만 대기업에 인수되었으나, 최근에는 약 90%가 M&A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0년동안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IPO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결국 매년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관련 기업에 인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황야의 7인은 일단 혁신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고, 수십 년 동안 수백 개의 스타트업, 서브 플랫폼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다. 분석해 보면 현재 사업보다 미래 유망분야에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인재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빠르게 인수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성장전략인 것이다. 유망기술이나 우수인력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확보하려면 회사 내부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외부의 도움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메타가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수익이 없는 작은 스타트업에 그렇게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기로 한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 130조원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인수는 결과적으로 소셜 미디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영리한 비즈니스 전략이었다. 또, 보잘것없던 유튜브를 2006년 2조 원의 기업가치로 인수해 조롱을 받았던 구글은 현재 200조원이 훨씬 뛰어넘는 기업가치로 유튜브를 키워냈다. 메타나 구글 모두 100배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를 지키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계속되고 있다. 복합 위기에 봉착해 반등의 기미마저 찾기 어렵다. 이제는 몇몇 대기업의 수출실적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도 혁신으로 무장한 세계를 호령할 황야의 7인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혁신의 골든타임을 너무나 많이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그 어느때보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절실하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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