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에 음식 지원한 노조원들…대법 “업무방해 방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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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이 업무방해죄라면,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한 행위는 업무방해 방조죄일까? 대법원은 '노동3권을 보장하려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라며 업무방해 방조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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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이 업무방해죄라면,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한 행위는 업무방해 방조죄일까? 대법원은 ‘노동3권을 보장하려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라며 업무방해 방조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고공농성을 벌이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음식물 등 물품을 제공해 업무방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철도노조 서울본부 전·현직 간부 7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2014년 한국철도공사가 발표한 순환전보 방침이 있다. 공사는 노조와 사전협의 없이 ‘효율적인 인력운용을 위해 소속 지역·직군과 무관하게 근무 명령을 내겠다’며 순환전보 방침을 발표했다. 노조가 “노조 무력화를 위한 보복전보”라고 반발한 가운데 전보대상자로 선정된 조합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그해 4월9일 철도노조 조합원 2명이 순환전보에 반대하며 서울차량사업소 조명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철도공사는 농성자들의 안전을 위해 조명탑 전원을 차단했다. 이때문에 열차를 연결·분리하는 업무에 차질을 빚었고, 이들은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았다. 검찰은 조명탑 아래에서 지지집회를 열고 농성자들에게 음식과 물, 책 등을 제공한 철도노조 전·현직 간부 7명을 업무방해 방조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농성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행위 등이 “농성을 용이하게 하거나 결의를 강화”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조의 사전 계획과 무관하게 고공농성이 시작된 점 △노조 집회는 회사 방침에 반대하는 노조 활동의 일환인 점 △음식 등 제공은 장시간 고립된 농성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요구되는 행위라는 점 등을 살펴 “피고인들의 행위와 농성자의 업무방해죄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업무방해 방조죄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본 근거는 2021년 9월 대법원 판례다. 당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농성장에서 지지 발언을 했다가 업무방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직 사업국장 최병승씨 사건에서 최씨의 농성 독려 행위를 업무방해 방조로 인정했다. 다만,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업무방해 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2021년 9월 판례를 가져오면서 이보다 업무방해 방조죄 인정 범위를 좁혔다. 사건을 대리한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업무방해 방조죄로 노동자의 연대활동을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제3자 개입금지 조항’ 부활이나 다름없다”며 “대법원이 무분별한 업무방해 방조죄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제3자 개입금지는 전두환 정부가 1980년 노동조합법·노동쟁의조정법에 신설한 조항이다. ‘사업장 밖 제3자’가 노조 설립에 대해 조언하거나 쟁의행위를 지지·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해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꼽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수차례 폐지 권고 끝에 2006년 폐지됐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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