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휴가철 공항…‘땡볕 활주로’에선 쉬지도 못하고 ‘죽을 맛’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폭염·성수기에 제대로 된 휴게공간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인력 보강과 휴식권·적정노동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운수전략조직사업단은 인천공항·항공노동자 20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응답자는 운영·시설·경비, 카트·환승투어, 면세점·상업시설·상주직원 등 공항 건물 안에서 일하는 ‘공항분야’가 97명, 지상조업, 지상서비스·기내청소·기내식, 항공사 등 공항 밖에서 주로 일하는 ‘항공분야’가 97명이었다.
폭염·성수기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과로였다. 47.8%는 ‘코로나19 이후 연장·야간·휴일근무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국제선 비행기에 기내식을 운반·탑재하는 일을 하는 한 노동자는 6월 한 달 동안 85.3시간(5120분) 연장근무를 했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가 잡힌 뒤 공항 업무가 크게 늘었지만 인력보충이 없어 과로에 내몰린다고 했다. 인천공항의 지난달 여객은 453만3239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6월(602만7624명)의 75%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응답자 68.4%가 ‘인력이 너무 부족해 폭염·성수기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여름휴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주관식 문항에 응답자들은 “불가능, 못 간다, 여름휴가가 뭐예요?” “못 가게 할 거면 휴가비라도 달라”등 응답을 남겼다.
휴게시간과 휴게공간도 미비했다. 휴게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스케쥴에 따라 달라진다는 응답은 ‘38.3%’였다. 휴게시설 설치 여부를 묻는 말에 42.6%는 ‘휴게시설이 있지만 거리·동선·시간 등 때문에 이용이 어렵다’고 했고, 12.0%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설치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31.6%는 ‘폭염·성수기에 제대로 쉴 휴게 공간이 없어 걱정된다’고 답했다.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야외 아스팔트 활주로에서 작업하는 지상조업 등 옥외노동자들은 폭염·장마에 특히 취약하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옥외 휴게실을 보면, 이들의 휴게시설은 절반이 여전히 태양빛에 노출되는 컨테이너박스였다. 내부에는 벽걸이 에어컨이 1대 있지만 수분을 보충할 정수기나 물이 없다.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성수기 장시간 노동 해결책으로 ‘신규 인력 충원’(72.2%·복수응답)을 꼽았다. ‘여름휴가비·성과급 등 인센티브’가 63.6%, ‘확실한 휴게시간 보장’이 28.7%, ‘연장·야간 장시간 근무자 스케쥴 조정’이 25.4%로 뒤를 이었다.
노조는 “인천공항공사는 노동조합 및 조업사·하청사와 함께 폭염·과로 방지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폭염 집중 시간대 조업 단축 방안과 휴게시간 수시 부여 매뉴얼을 우선 논의하자”며 “중부고용노동청은 폭염대책과 주52시간 위반 과로를 철저히 감독해야 하고, 인천공사는 인력충원을 위해 성실한 교섭에 나서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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