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암센터 '수술 0' 최악 상황 피했다…"파업 인원 최소화"

정심교 기자 2023. 7. 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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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노조 측과 내일부터 진행할 파업 참여 인원 최소화 의견 모아"
"내일 정상 진료까지는 아니지만, 수술은 단 몇 건이라도 외래진료 건수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
국립암센터 전경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내일부터 양일간 총파업을 예고하며 경기도 일산의 국립암센터가 셧다운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경영진과 보건의료노조 측이 12일 오후 2시경 극적인 합의를 봤다고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머니투데이에 밝혔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12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노조 측과 장시간 대화한 끝에 내일부터 진행할 파업에 참여할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에 따라 내일 정상 진료까지는 아니지만, 수술은 단 몇 건이라도, 외래진료 건수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고 밝혔다.

서 원장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내일과 모레, 양일간 수술 건수가 '0'으로 모든 수술이 취소된 상태였다. 서 원장은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내일과 모레 예정됐던 분 중 올 수 있다고 하면 최대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정상 수준에 가깝게 복구하려 한다"며 "진료가 밀리면 다음 주에 일이 더 몰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 원장은 "파업은 언제든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협상 수단이 파업이어선 안 된다"며 "대화해 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홍관 원장 이번 파업과 관련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틀 동안 방치할 수 없는 게 암 환자다. 다른 병과 달리 암 환자는 치료스케줄에 맞춰서 약을 쓰기 때문에 타병원에 보내도 암 치료를 할 수 없어서 더 심각하다"며 우려의 글을 올린 바 있다.

그간 보건의료노조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수 1:5 보장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불법 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 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노동개악 중단과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를 7대 핵심 요구로 내걸고 교섭을 진행해왔다. 이 노조는 지난 10일 연 기자회견에서 "사용자와 정부가 보건의료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끝끝내 외면한다면 보건의료노조는 무기한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무기한 총파업도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지난 9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예고에 대해 올린 입장문. /자료=서홍관 원장 페이스북 캡처 화면.

현재 국립암센터에서는 매일 평균 암 환자 수술 40~50건 진행되고, 암 환자 1700명이 외래진료를 받으며 암 환자 500명이 입원 중이다. 서홍관 원장은 이 글에서 "파업하면 국립암센터 외래와 병동과 수술장과 항암 치료실이 거의 멈추게 된다"며 "환자 입장에선 노심초사 몇 주 기다려 수술 날짜가 다가왔는데 '수술할 수 없다'고 병원에서 전화하니까 암 환자와 가족들이 모두 분노와 좌절을 표현한다. 전화하는 간호사들도 그럼 수술 언제 해줄 거냐는 말에 대답을 못 하다 보니 직원들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연봉 10.73% 인상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지원하는 생활임금 가운데 최고 수준인 광주광역시의 기준에 맞춰 생활임금을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의 임직원은 암관리법과 정부의 지침·평가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는 공공기관이어서 공무원 연봉 인상 기준을 따라 연 1.7% 남짓만 올릴 수 있다. 노조에서 10배 정도 높여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게다가 국립암센터가 속한 고양시가 아닌, 광주광역시의 생활임금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요구는 비합리적이라는 게 국립암센터 측의 입장이다. 서 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 노조가 문재인 정부와 맺은 노사정 합의를 현 정부에게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을 비롯해 연봉 10.73%를 인상하라든지, 국립암센터가 경기도에 있는데 광주광역시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라는 건 합리적이 아니거나 제 재량으로 불가능한 것들"이라고 하소연했다.

서 원장은 노조 측에 "파업을 피할 수 없다면 진료에는 지장 없게 소수만 참여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은 "그런데 (보건의료노조는) 들은 척도 안 하고 버스 대절하느라 바쁘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립암센터는 오늘 중 보건의료노조 측과 최종 협상하며 파업으로 인한 환자·병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수연 국립암센터 홍보팀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항암 수술보다 항암제 주사 요법 등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접종 스케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암 환자는 주치의가 각각 따로 있어서 전원(다니는 병원을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오늘 밤 자정 전까지 노조 측과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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