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30, 올 연말 국내 생산 종료···한국은 역시 해치백의 무덤?
현대자동차가 오는 12월 i30의 국내 생산을 종료한다. i30는 준중형 해치백 모델이다. 2020년 국내 판매 중단 이후 약 3년 만에 국내 생산까지 중단됐다. 향후 국내 시장에서도 i30 모델 수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란 말이 있다. 유럽에선 큰 짐을 싣기 편한 해치백이 인기지만 한국에선 외면받아왔다. i30의 국내 생산 중단은 국내에서 해치백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장면이다.
1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현대차 노조 소식지를 보면, i30는 오는 12월 생산이 중단된다. i30는 2007년 출시됐다. 출시 당시에도 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든 모델이다. 초기에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나쁘지 않았다. 출시한 2007년에는 1만959대가 팔렸고, 다음해인 2008년에는 3만127대가 팔렸다.
하지만 2008년 판매량이 역대 최대였다. 이후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해 2010년 9162대, 2015년 3262대, 판매 중단 전년도인 2019년에는 1427대가 팔렸다. 2020년 500대를 끝으로 국내 판매는 종료됐다.
i30가 국내 생산까지 종료된 배경에는 수요가 없다는 점 외에도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도 영향을 줬다. i30는 해외에 2010년 26만4648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판매량이 조금씩 줄었다. 2015년 수출 판매량은 17만9479대였고, 2020년에는 6만7923대로 줄었다. 국내 시장에서 재기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해외 물량까지 줄자 국내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앞으로 해외 물량은 체코 공장이 담당한다.
국내에서 해치백 혹은 웨건처럼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차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70 슈팅브레이크는 중형 왜건이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지난해 국내에서 803대가 팔렸고, 올해 1~5월까지 206대 나가는 데 머물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6월 국내에 등록된 승용차 중 해치백의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반면에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비중은 51.2%로 절반을 넘는다. 세단의 비중은 34.7%다. 세단을 사든가 혹은 SUV를 사는 게 한국에선 일반적인 선택지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해치백이 인기가 없는 이유에 대해 문화 차이라고 설명한다.
이호근 대구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트렁크와 객실이 완전히 분리된 차를 원한다”며 “해치백 스타일의 차는 ‘짐차’라는 인식이 있어 고급스럽지 못하다고 보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레저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에선 짐을 싣기 좋은 해치백이 인기가 있다”며 “국내 레저 문화도 해치백이 인기가 없는 한 요소”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세단 아니면 SUV로 시장이 양분돼 있다”며 “짐을 싣는 것보다는 넓은 뒷좌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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