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키 성장 지원 조례’ 추진···외모 지상주의 비판 목소리[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정의 기자 2023. 7. 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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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대전시의회 교육위서 심의·의결
성장판 검사에만 매년 37억원 소요될 전망
“다양성 존중해야할 교육현장서 편견 조장”
2016년 8월18일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한 서울 용산구 신광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키를 재보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DB

대전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학생들의 키 성장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학생들의 키를 성장시킬 역할을 공공이 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일각에서는 공공이 앞장서 외모 지상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김영삼 시의원(국민의힘·서구2)이 대표발의한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을 심의·의결한다. 이어 24일 열리는 제272회 임시회 본회의에 조례안을 상정해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조례안 발의에는 22명으로 구성된 대전시의회 의석수 중 과반이 넘는 14명이 함께 한 만큼 본회의까지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14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다. 조례안에는 학생 성장판 검사 지원을 비롯한 키 성장 맞춤형 급식 식단 개발·운영, 키 성장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의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의원은 이같은 지원 내용이 담긴 ‘대전 학생 평균키 5㎝ 더 키우기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부모들은 자녀의 키를 1㎝라도 더 키우기 위해 고가의 약을 구입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주사요법도 쓰고 있다”라며 “키 성장을 가정의 영역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공교육의 역할로 확대한다면, 대전지역 학생들의 평균 키는 전국 제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대전시의원(국민의힘·서구2)이 대표발의한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 모습. 대전시의회 제공

이번 조례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잖다. 우선 성장판 검사에만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대전시교육청 역시 다소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지역 초등학생 7만4817명(지난 5월 기준)의 성장판 검사와 상담비(개인당 5만원)로만 매년 약 3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성장판 검사 등 관련 사업 예산을 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의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37억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시의회 측과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 흐름에 공공까지 나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키는 질병이 아닌 개인적 특성으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고 교육해야 할 학교가 오히려 작은 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은 “불우한 가정 환경 또는 질환으로 인해 키 성장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것이지, 일률적으로 키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은 편견 조장과 지나친 예산과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구 대전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도 “학생들의 키가 자라지 않을 것을 염려해 지원하는 것은 공공이 나설 역할도, 예산을 투입할 일도 아니다”라며 “잊을만 하면 부실 급식 문제가 터지는데, 지금은 학생들의 키가 아닌 급식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건강을 챙겨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김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외모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과도한 예산이 편성되는 등 향후 조례안에 대한 논란 소지가 다분하다”라며 “상임위 질의 과정에서 문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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