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년 전에도 '美가 EEZ 침범' 지적하고 ICBM 쐈었다

2017년 "미 이지스구축함이 경제수역 침범" 비난 10여일 뒤 '화성-14형' 발사
2021년 김일성대 논문서 "경제수역 내 군사활동, 연안국 승인받아야" 주장

먹구름 속으로 이륙하는 U-2S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U-2S 고공정찰기가 이륙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미국 공군 전략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2023.7.11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북한의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미국 정찰기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비행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6년 전에도 동일한 문제제기 뒤 ICBM 도발을 감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10∼11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군 전략정찰기가 북한 측 경제수역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한 뒤 이날 오전 ICBM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미국 공중감시 정찰자산의 한반도 주변 비행은 통상적인 정찰활동이며 EEZ는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반박했지만, 북한은 이를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봤다.

북한이 미군의 EEZ 진입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되지만, 그렇다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북한은 2017년에도 미국 이지스구축함 '마스틴'이 북측 경제수역을 침범해 정탐했다고 지적한 직후 ICBM을 발사한 적이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해 6월 22일 "미제는 20일 일본 요코스카 항을 모항으로 하는 이지스구축함 마스틴호를 조선동해에 끌어들여 우리측 경제수역을 200㎞ 이상이나 침범하면서 정탐행위에 돌아치게 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로부터 여드레가 지난 30일에는 노동신문 '월간국제정세개관' 코너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미제의 핵타격수단들이 남조선에 쓸어들어와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핵전쟁연습을 연이어 벌려놓고 있는 시기에 해적선을 우리 경제수역 깊이에까지 침범시켜 노골적인 정탐행위를 감행한 것은 매우 심상치 않은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흘 뒤인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했다.

당시는 북한이 이번처럼 비난 담화를 발표하거나 이를 문제삼아 군사적 대응을 위협하지는 않았고 북미 간 '말폭탄'으로 긴장이 크게 고조됐던 시기여서 '미국의 EEZ 침입'이 주목받진 않았지만, 지금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던 것이다.

경제수역 내 군사적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의 인식은 과거 연구활동에서도 드러난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법률학 2021년 제67권 제2호에 실린 '외국 경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에 대한 법률적 분석(평화적 이용과 응당한 고려를 중심으로)' 제하 논문에서는 유엔해양법협약에서 외국경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을 직접적으로 규제한 조항이 없어 그 권리에 대한 해석이 국가와 학자마다 엇갈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결국 "평화적 목적에 위반되는 그 어떤 군사활동도 경제수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모든 국가의 공통된 인식이며, 군사연습이나 훈련이 방위적 성격을 띠더라도 외국경제수역에서 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특히 유엔해양법협약상 영해(12해리)가 아닌 EEZ가 통상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공해로 규정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협약 제19조 2항 3호를 들어 '연안국의 국방 또는 안전을 해치는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한 행위'는 무해통항에서 배제된다고 언급했다.

논문은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외국경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은 연안국의 사전동의나 승인을 받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세웠다.

이어 "우리는 외국경제수역에서의 군사활동의 적법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우리의 신성한 영해는 물론 공화국 경제수역에서 적대세력들에 의해 감행되는 각종 군사연습을 포함한 일체 군사활동을 단호히 저지시키고 응당한 징벌을 가하도록 하는데 법률적으로 적극 이바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같은 내용은 EEZ에서 외국 군사활동이 제한돼야 한다는 현재 북한 인식의 근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 미 정찰기 관련 북한 위협 담화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이재윤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미국 공군 전략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새벽 발표한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 정찰기가 북한 경제수역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면서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행동을 이미 예고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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