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로 183억원 가로챈 ‘세 모녀 전세사기’ 주범, 1심서 징역 10년

김씨, 선고 직후 실신…피해자 측 “일벌백계 취지의 판시”

85명에 달하는 세입자들에게서 183억원 가량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세 모녀 전세사기’ 주범 김모(58)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검찰이 구형한 것과 같은 형량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12일 오후 사기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들의 배상 신청은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30대 두 딸의 명의를 빌려 2017년부터 약 2년 동안 서울 강서·관악구 등 수도권 일대 빌라 수백 채를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입했고, 85명의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8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빌라를 매입하기 전 세입자를 구하고, 분양대금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을 받는 수법을 반복한 것 조사됐다. 김씨와 두 딸이 보유한 주택은 2017년 임대사업자 등록 당시 12채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524채까지 늘어났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세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반환 방안을 설명하기 보다는 대책 없이 매매해야만 전세금 돌려준다거나 후속 임차인이 와야 한다며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자기자본 없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소유권을 취득했는데, 피해자들은 보증금 일부가 리베이트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만약 피해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기 전 여러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를 기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보증금을 편취할 의도가 없었다는 김씨의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처음부터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면서 사기 범행이라는 인식을 갖고 제대로 경제적 대가를 목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전세 사기는 서민층과 사회 초년생의 밑천을 대상으로 범죄로 삶의 기반을 흔든다”며 “김씨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직후 김씨가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바람에 법원 관계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선고가 끝난 후 “구조적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한 방식과 역할 분담을 통한 전문적인 전세 갭투자 사기에 대해 법원에서 검사 구형인 10년을 꽉 채워 판결했다”며 “일벌백계의 취지에서 판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