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3년간 팹 96곳 건설 특수···韓기업에도 러브콜"
리쇼어링 겨냥, 참가社 37% 늘어
특화제품·첨단장비 대거 선봬
600곳 중 韓기업이 10% 차지
미중갈등에 中업체는 10곳 그쳐
“올해 중으로 미국 내에만 팹이 18개 이상 건설되면서 부품 업체들도 특수를 앞두고 저마다 미국 시장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장비 부품업체 관계자)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컨벤션센터인 모스콘 센터 노스홀. 2주 전만 해도 생성형 인공지능(AI) 컨퍼런스 ‘데이터+AI 서밋’ 참가자들로 붐볐던 컨벤션 센터 일대에 새로운 인파가 긴 줄을 이뤘다. 북미 최대 반도체 소재·장비 전시회인 ‘세미콘 웨스트 2023’에 참가하기 위해 3만여명의 참가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전만 해도 반도체 장비 부품 업체들의 경우 미국 시장이 매출에서나 사업전략에서나 중요한 곳이 아니었지만 미국 주도의 반도체 리쇼어링 흐름에 올라타 미국 시장을 선점해 점유율 판세를 뒤집겠다는 비장한 모습도 엿보였다.
메뚜기처럼 부스를 옮겨다니는 대신 관람객 대신 세네명이 한 팀을 이뤄 파트너십 방안을 논의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행사를 주최한 조 스토쿠나스 세미(SEMI) 아메리카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행사에는 참석자가 37% 늘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3년 안에 96곳의 팹이 지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이 전략적 요충지가 되면서 세미콘 웨스트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반도체 진공 측정 장비 3위 업체인 파이퍼 배큠은 펌프, 헬륨 감지기 등 핵심 제품을 대거 들고 전시회에 참여했다. 램리서치와 마이크론 등 주요 고객사를 담당하고 있는 파이퍼 배큠의 준 디로라이스 고객 담당 책임자는 “현재 8억 달러의 매출을 내고 있지만 내년은 25% 늘어난 10억 달러까지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 시장 특수를 잘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마다 특화된 제품군의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세정 공정 중 하나인 습식 벤치(Wet bench) 등에 특화된 오스트리아의 시코넥스는 전체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압도적인 1위지만 연간 매출은 1억 유로(13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시코넥스 관계자는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시장의 단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독일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쿠카도 웨이퍼 이동 로봇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쿠카 관계자는 “큰 고객사의 경우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옮기는 로봇을 40대씩 들이는데 팹이 늘어나면 미국 시장의 수요가 50% 이상씩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들이 본격 특수를 맞는 건 팹 건설 후 내부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시점부터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 합작 법인 등을 설립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적기로 여겨진다. 국내 피팅 밸브 업체인 디케이락(DK-LOK)도 지난 5월 미국에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직접 세일즈에 나선 김현수 디케이락 대표는 “미국 시장 수출 금액이 50%씩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전체 매출이 1300억으로 전망되는데 미국 시장이 크게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존재감이 유독 뚜렷했다. 이날 전체 참가사 600여곳 중 55곳이 우리나라 업체로, 이중 5곳 중 1곳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이 마련한 한국관에 부스를 차렸다. 창업 3년 차인 AI 기반 수율 개선 솔루션 업체 에이아이비즈(AIBIZ)도 미국 시장 진출 의지를 시사했다. 현재 DB하이텍과의 협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승재 에이아이비즈 대표는 “반도체 수율을 1%포인트 개선하면 조 단위 매출을 내는 기업의 경우 100억 이상의 매출 진작 효과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뚜렷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중국 업체의 실종 현상은 더 커졌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장비 업체들이 사실상 미국과의 거래가 어려워짐에 따라 현재는 반도체 공정 소모품 업체들 중심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다듬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CX테크 기업 관계자는 “소모품까지는 제재가 없기 때문에 참석했다”면서도 “중국 참가 기업이 10여곳밖에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글·사진(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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